롯데가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를 제공한다는 소식에 롯데그룹주가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롯데를 타깃으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화장품 등 중국 관련 수출주 전반에 대해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28일 롯데쇼핑은 전날 대비 0.86% 내린 2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롯데제과(004990)(-2.74%), 롯데하이마트(071840)(-1.53%), 롯데푸드(002270)(-0.93%), 롯데칠성(005300)(-0.13%), 롯데케미칼(-0.14%), 롯데관광개발(032350)(-0.53%) 등 롯데그룹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또 아모레퍼시픽(-1.63%), 토니모리(-2.85%), 에이블씨엔씨(-2.43%), 클리오(-1.46%) 등 한류 열풍의 주역인 화장품 관련주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롯데그룹주를 비롯한 화장품주 등 중국 수출 관련주의 약세는 전날 롯데가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염지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의 사드 부지 교환이 보도된 후 중국 인터넷상에서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주가는 당분간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신화통신은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확정에 대해 “그 결정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면세점 매출을 크게 의존하는 롯데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도 한 온라인 투표 결과를 인용하며 롯데에 대한 전면적 제재와 한국 제품 불매운동에 96%가 찬성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화장품의 경우 대부분의 소비층인 여성들이 정치적 요인보다 위생점검·유행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 중국 수출액이 여전히 견조하고 여행레저 부문도 단체 여행객은 줄어들었지만 개인 여행객 수가 늘어 한국 입국자 수가 급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드 영향력을 좀 더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 1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7% 증가한 57만명을 기록했다.
또 사드 기지가 4월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 1·4분기 말과 2·4분기 초가 사드 배치 이슈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경록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추가 제재가 현실화되며 단기 충격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한중 통화스와프 미연장, 국채 매도 등 금융 안보 등 사회 전 분야로 중국의 보복조치가 강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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