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공급을 우려했던 ‘부가티(부타디엔·가성소다·TDI)’ 가격이 올해도 고공행진을 하며 국내 석유화학업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해외 경쟁업체들이 증설을 멈추고 장기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등 공급이 줄인 반면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자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폴리염화비닐(PVC)의 원료로 사용되는 가성소다 최근 국제가격이 1t당 430달러대를 넘어서면서 2012년 10월(425달러)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급 과잉이 우려돼 가격이 290달러 선까지 하락했지만 하반기부터 과잉 공급이 해소되면서 가격이 반등했고 올해 들어서는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합성고무의 원료인 부타디엔 가격도 고공행진이다. 지난해 1월 t당 771달러에서 최근엔 3,00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역시 극심한 공급과잉에 시달렸던 폴리우레탄 원료인 TDI(톨루엔 디이소시아네이트)의 가격도 최근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 1,425달러까지 하락했던 TDI 국제가격은 최고 4,450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3,6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성소다나 부타디엔, TDI 모두 지난해 하반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올해는 상승 정도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올 들어서도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들 제품의 가격이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가성소다의 경우 중국 정부의 강력한 환경규제로 석탄 PVC 공장 가동이 제한되자 가성소다 기업의 가동률이 낮아졌고 공급이 줄어들자 가성소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내수에 전념하면서 국제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경쟁사들이 잇달아 설비를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하면서 국제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가성소다 세계 1위 생산업체인 미국의 올린은 지난해 노후화된 40만t 규모 설비를 폐쇄했다. 부타디엔이 경우 동남아시아 생산 공장이 지난해 말부터 정기보수에 들어가면서 생산을 중단했고, TDI 역시 세계 1·2위 업체인 바스프와 코베스트로가 지난해 사고와 정기보수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면서 제품 가격 급등에 따른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실제로 가성소다 국내 생산 1위인 한화케미칼은 올해 3월 여수에 13만t 규모의 가성소다 설비를 신규 가동할 예정이며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도 나프타분해시설(NCC)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들 제품의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올해 유가 상승 등으로 우려했던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도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의 증설 계획이 없는 만큼 일시적 강세가 아니라 당분간은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타이어 등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만큼 올해 석유화학업황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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