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수출이 6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전체 수출액이 20% 넘게 증가했다. 수출 실적만 놓고 보면 ‘서프라이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수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드 관련 중국의 무역보복이 확산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2% 증가한 43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입은 23.3% 뛴 360억달러였고 무역수지(수출-수입)는 72억달러로 5년1개월 연속 흑자였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20.2%)은 지난 2012년 2월(20.4%) 이후 4년11개월 만에 최대치다. 2015년 이후 매월 마이너스를 보이며 부진했던 우리 수출은 지난해 11월(2.3%) 불씨가 살아났다. 지난해 12월(6.3%)과 올해 1월(11.2%) 수출이 늘어난 데 이어 2월에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준 것이다.
지난달 수출은 무엇보다 내용이 좋았다. 13대 품목 가운데 10개의 수출이 증가했다. 단일 품목 가운데 수출액 비중(12~15%)이 가장 큰 반도체의 경우 수출이 54.2% 증가해 사상 최대 금액(64억달러)을 기록했고 석유와 석유화학제품도 각각 72.3%, 42.6% 늘었다. 1월에 부진했던 자동차(9.6%)와 차부품(7.2%), 섬유(8.0%) 등도 반등폭이 컸다. 이는 주력 시장인 중남미(19.5%)와 아세안(ASEAN·31.2%), 유럽연합(EU·27.5%),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62.4%)의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보면 중국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대중 수출은 지난달 28.7% 증가해 2010년 11월(29.7%) 이후 75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도 25%에서 지난달 26.9%까지 높아졌다. 최근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와 유화·평판디스플레이가 대중 수출 증가의 주요 원인이었다. 반면 2대 시장인 미국은 지난해 13.4%에서 지난달 12.1%까지 위축됐다.
다만 높아지고 있는 중국 의존도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약 75%가 중간재다. 아직은 중간재 수출에까지 사드 여파가 미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 파급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드 문제가 더 번지면 분명히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고 오는 4월 미국이 우리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외교와 별개로 통상 문제는 각국과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강광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