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1일 “지금까지 삼성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그룹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방식이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며 “과거 방식이 무조건 나빴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이어 “어차피 미전실을 해체하기로 한 상황에서 삼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조하고 협업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대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삼성그룹의 해체로 그런 기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며 “계열사별 협의회 등을 구축해 사회공헌 등 기존의 순기능을 이어나가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의 조정·협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성장사를 다룬 ‘삼성웨이’를 쓴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전실은 경영진단팀 등 감사 기능을 갖추고 각 계열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미전실 해체로 삼성 각 계열사로 기능이 이관되면 각 산업 영역과 관련된 인수합병(M&A)은 잘 일어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바이오 같은 경우 삼성이 기존에 하던 사업과는 완전히 성격이 달랐는데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미전실이 큰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했던 만큼 중앙집권화되면서 각 계열사의 자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미전실 해체로 장기적으로는 계열사의 의사결정 판단력이 더 좋아지고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전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전실에 있던 사람들이 계열사로 옮겨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에서 같은 일을 한다면 결국 없어진 게 아닌 것”이라면서 “핵심 계열사인 전자·생명·물산에 각각 3개의 ‘미니 미전실’이 생겨 사실상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교수는 “시너지는 계열사끼리 나는 것이 아니라 전자·생명·물산 등 세 소그룹 내에서 나는 것인 만큼 미전실이 없어졌다고 해서 큰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진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