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기로 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무죄 입증이 최대 당면현안인 만큼 경영권 승계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면 미전실 기능 중 일부가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일 재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는 일정 기간 유예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부회장의 구속 사유 중 하나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주 제안으로 공론화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당분간 결과물을 내놓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 주주 가치 최적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에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하는데 안건으로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전실 해체나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전실 기능 중 일부가 지주회사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이나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의사결정은 물론 전자·전기 분야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지주회사 아래로 모이면서 계열사 간 업무조정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미래 신사업 발굴, 비주력 사업 부문의 매각 같은 결정도 합법적인 틀 안에서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삼성전자는 삼성SDI 19.6%, 삼성전기 23.7%, 삼성SDS 22.6%, 삼성디스플레이 84.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회사의 경우 자회사 지분 20%를 확보해야 하는데 일부는 이미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미전실을 통해 탈법적으로 진행됐고 미전실이 그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미전실 해체로 이 같은 논란이 해소됐다”면서 “삼성전자 이사회라는 합법적인 틀과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삼성이 당초 약속한 대로 5월에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내부검토 결론을 내놓고 지주회사 전환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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