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인터넷 발달로 소비 패턴 변화=소비부진의 이유로 가장 눈에 띄는 분석은 인터넷 발달로 인한 소비 패턴의 변화다. 국내 10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으로 우리 국민은 세계적으로 앞선 제품, 최신 유행의 옷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해외 현지 판매가격 등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은 기능이 뒤떨어진 상품이나 같은 제품이라도 한국에서 사면 중간유통상 이윤 등으로 가격이 훌쩍 뛴 상품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대신 국내에서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해외여행을 빈번하게 가거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구입해 국내소비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해외 직구는 1조9,079억원으로 전년보다 12.1% 늘었다. 해외 직구는 외국 업체에 직접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국내소비 증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여행 지출액(국제수지 내 일반여행지급)도 231억2,000만달러(약 26조4,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②뒤숭숭한 시국에 굵직한 소비 안 해=매주 열리는 촛불집회, 탄핵정국, 구조조정 가속화 등으로 승용차 등 굵직한 소비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한 이유다. 일반적으로 정치적·사회적으로 불안한 이슈가 쏟아져나오는 시기에는 소비가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2004년에는 1·4분기 민간소비가 0.2%(전 분기 대비) 줄었다. 그해 2·4분기, 3·4분기는 각각 0.4%, 0.2%씩 소폭 증가하다가 4·4분기에서야 1.1%로 반등했다. 최근 한국은행도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건 발생 후 3분기까지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③가계부채 대책도 소비 둔화에 한몫=정부의 가계부채 죄기가 소비 위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2011년부터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대출 방식을 일시상환에서 분할상환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계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이 커졌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니 다른 소비를 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은행권 대출심사가 엄격해지면서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래 위험을 줄이는 차원에서 분할상환을 유도한다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그것이 과도하면 지금의 소비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④‘가불’ 소비정책의 후폭풍=2015년부터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의한 가전제품 할인 등으로 굵직한 제품의 수요가 이미 소진됐다는 점도 최근 소비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시절인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했다. 승용차는 몇 년에 한 번씩 사는 특성이 있는데 미래에 자동차를 사려던 수요가 앞당겨 나타나 최근 승용차 구매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6월 24.1% 급증(전년 대비)했지만 올해 1월에는 1.1%로 둔화했다.
/세종=이태규·서민준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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