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를) 매우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도시바의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궈 회장은 추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인수에) 입찰할 것”이라고 밝히며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궈 회장이 공개적으로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을 과반을 넘어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도시바는 이사회를 통해 도시바 반도체 지분 50% 이상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마이니치신문은 “도시바가 지분 100%에 20~30%의 프리미엄을 얹어 최대 2조5,000억엔(약 25조원)을 받으려 한다”고 보도하며 인수전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9조3,000억원을 투입한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의 3배를 넘는 규모다. 다만 블룸버그는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평가액을 1조5,000억엔(약 15조원)으로 추정하고 입찰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아직 확실한 인수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초 도시바가 지분 19.9%를 매각하기로 한 1차 입찰에는 뛰어들었지만 인수 규모가 커진 후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아직 도시바 측으로부터 재입찰 조건이나 계획 등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제안이 오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로도 SK하이닉스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해도 설비투자 등에 수조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10조 이상 투자는 부담스러운 규모”라고 전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인수 여부와 상관없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지분 매각이 SK하이닉스에 이득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마이크론, 일본 도시바와 함께 3D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며 “경쟁업체였던 도시바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낸드 산업의 구조재편으로 이어져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진·변재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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