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사람들이 새 아파트를 구매해 중도금을 내면 60% 이상이 공사비로 나갑니다. 공사비는 전부 현장 근로자와 자재를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에 흘러갑니다. 그 돈으로 국가 내수경제가 돌고 있는데 그 원천을 끊어버리면 하류에 있는 서민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내 대표적 시행사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건설산업이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구조를 이 같이 설명하면서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를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결국 중도금 대출을 줄이면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면서 “서민들의 악성 대출이 늘어날 텐데 정부가 의도한 가계부채 감소 효과가 나타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며 중도금 등 집단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소기의 성과를 내기는커녕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약 37만 가구로 지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에 분양을 받은 입주예정자들이 중도금 및 잔금대출을 거절당하거나 감당할 수 어려울 정도로 금리가 올라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향후 실시될 분양에서도 청약 미달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만 해도 전국에서 분양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 총 15개 단지 가운데 절반 이상인 8곳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 건설업계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중도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공사비나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주예정자들의 계약해제에 따른 위약금 부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자금난에 몰린 건설업계들이 빚더미에 앉으며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던 건설경기가 꺾이면 경제성장률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2·4분기 기준 건설투자가 전체 경제성장의 51.5%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성장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를 제외할 경우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대에 불과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단대출을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면 실수요자들이 분양을 받지 못하게 되고 건설사들도 어려워지는 두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공급물량도 많고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악재가 있는데 지금과 같은 금융 규제가 가해지면 너무 빠르게 경착륙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연구위원은 “분양에 성공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협약을 통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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