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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도 '사드 보복'…왕서방 자금이탈 더 빨라질 듯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국내증시서 7,160억 순매도

관광금지 등 中 보복 강화에

중국인 매도공세 강화 예상





지난달 정보기술(IT) 부품업체 2~3곳과 지분 투자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던 중국 선전 싱센에셋의 류팡쥔 대표는 한국 방문을 잠정 연기했다. 민간 자산투자운용사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 한국 기업 지분투자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최근 보유하던 디자인 업체의 주식도 팔았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가 중국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사드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중순부터 지난 1월까지 7,000억원이 넘게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했던 차이나머니는 향후 사드 배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 투자자들이 매도 공세를 펴는 동시에 증시에서 자금 이탈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국내 증시에서 7,16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7월13일 한국 국방부의 사드 배치 발표와 맞물려 중국계 투자자들이 매도 공세를 펼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7월에는 320억원 자금이 유입돼 여파가 크지 않았지만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중국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7,806억 원을 팔아치웠다. 이로 인해 중국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자금 보유액도 2015년 말 9조3,370억원에서 지난 1월 말 9조1,73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통제하는 등 직접적인 압박을 시작하면서 중국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1월 신흥국 증시의 상승과 삼성전자 등 국내 IT주의 반등으로 380억원 순매수로 잠깐 돌아섰던 중국계 자금은 2월부터 다시 매도세를 보였다. 중국계 자금 유출과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중국이 2월에 다시 순매도를 시작했다”며 관련 사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2016년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에서 중국계 자금의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반한감정이 확산되고 중 당국도 관련 제재를 확대하면 중국 투자자들의 이탈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미국계와 유럽계에 이어 외국인 매수세를 견인해왔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유가증권시장 전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31조2,000억원이었는데 이중 중국계 자금은 7조6,000억원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위안화 환율 상승도 국내 증시의 중국계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0.15% 절상한 달러당 6.8896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달러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당 7위안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경민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자금 유출을 통제하면서 국내 증시에 들어왔던 중국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에서 중국 관련 소비주는 사드 여파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통주인 신세계가 전일 대비 1.63% 하락했고 여행주인 하나투어는 1.40%, 화장품주인 LG생활건강도 1.39% 주가가 떨어졌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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