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중국 ‘유커’가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호텔 투자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자 모집을 앞두고 있던 호텔 사모펀드·리츠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무산되고 있다. 최소보장임대료라는 안전장치가 적용된 경우 그나마 다행이지만 호텔 매출과 직결된 상품의 경우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2·3월 중 설정할 예정이던 호텔 사모펀드·리츠 2~3건을 모두 연기했다. 파인아시아운용은 부산·대전·전주 등지에 위치한 호텔에 투자해 각각 사모펀드나 리츠로 출시하는 방안을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바 있다.
상품 출시를 미룬 일차적인 이유는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시중은행들이 호텔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신규 대출을 아예 중단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업계에서는 유커가 적게는 40%, 많게는 50~60%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호텔에만 투자하는 모두투어리츠도 지난달 부산의 베스트웨스턴해운대호텔 인수를 철회했다. 배병호 모두투어리츠 이사는 “유커 감소가 아닌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 원인”이라며 “모두투어리츠가 주로 투자하는 중저가 호텔은 단체관광객 비율이 적어 사드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못 박았지만 대형·특급호텔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이자율이 높거나 매출이 적으면 호텔 리츠·펀드의 수익률은 당초 예상치보다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 6~7%대 수익률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5%대 아래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대부분의 호텔 리츠·펀드는 최소보장임대료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 일정 수익률은 보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설정된 하나자산운용의 ‘티마크그랜드’ 공모펀드는 연 93억원의 최소보장임대료 또는 호텔 연매출의 44% 중 더 많은 쪽을 선택할 수 있다. 최소보장임대료를 받으면 펀드는 연 5.5%의 수익률을 올리는 셈이며 매출이 올라 44%를 받으면 이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두게 된다. 모두투어리츠의 호텔 리츠 3개와 이달 출시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명동 나인트리호텔 공모펀드 역시 최소보장임대료 제도가 적용돼 있다. 그렇다고 투자가치 하락을 막기는 어렵다. 티마크그랜드 펀드는 현재 최소보장임대료만 받고 있다. 호텔 객실이 가득 차면 6~7%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당장은 연 5.5%에 만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검토해온 호텔 투자 건도 당장은 모두 보류한 상태”라며 “당분간은 시장에서 새로운 호텔 투자 상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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