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반도체사업 부문을 분사해 지분 100%를 팔기로 하고 오는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다. 도시바는 당초 20%로 제한하려 했던 반도체사업 지분 매각 규모를 100% 확대했으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4,000억엔~2조6,000억엔(24조~26조원)의 매각대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반영할 경우 3월 말이면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도시바 인수전에 가장 의욕적인 곳은 중화권 업체들이다. 지난해 도시바 백색가전사업을 집어삼킨 중국 메이디 그룹은 7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시바 인수 의향을 밝혔다. 기존 인수후보군에는 없던 새로운 도전자다. 메이디그룹의 모회사 메이디홀딩스의 위안리췬 부총재는 “사내에 도시바 전략팀이 있다. 메이디는 개방적인 회사로,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출자가 실현되면 사내에 받아들일 힘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만의 폭스콘과 TSMC는 도시바 반도체 지분 인수를 위한 연합전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 기업, 폭스콘은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해 관심을 끈 아이폰 위탁 생산 기업이다. 폭스콘이 우호 관계의 SK하이닉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대만 업체끼리 일단 손을 잡으면서 도시바 인수전이 국가 대항전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관료들은 중화권보다는 애플 등 미국 업체에 우호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인수전을 달구고 있다. 이를 두고 인수 가격을 높이기 위한 ‘언론 플레이’라는 시각이 높지만 실제 애플의 도시바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스마트폰용 낸드플래시 대부분을 도시바와 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조달’ 측면에서 도시바 인수 유인이 있고 향후 국가별로 진행될 독점금지법 심사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82조원에 달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단독 후보로 나서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선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 대한 손익을 두드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는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했는데도 성능이나 용량을 더 높일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1위에 오르지 못했다”며 “도시바 기술이 답보 상태라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인수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도시바가 여전히 탐나는 매물일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인수금액이 너무 커서 재무적 투자자 확보가 시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홍우·신희철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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