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와 비율이 줄어들며 건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미리 정리한데다, 저금리로 가계상환 부담이 낮았던 덕인데요.
지표로 보는 건전성은 개선됐지만, 올해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훈규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금감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는 총 24조6,000억원으로 1년 새 5조4,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부실채권 비율 역시 지난해 말 1.42%로 한해 전 1.80%에 비해 0.38%포인트 개선됐습니다.
이는 1.45%인 미국과 1.40%인 일본 등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부실채권 비율은 은행이 빌려준 돈 중 3개월 이상 이자를 받지 못한 대출의 비중으로, 낮을수록 은행의 건전성이 탄탄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건전성이 좋아진 것은 시중은행들이 올해 금리 인상 등을 예상해 질이 좋지 않은 대출을 미리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리된 부실채권 규모는 30조4,000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8조원 이상 많았습니다.
은행권이 정리한 부실채권 규모가 연 30조원을 넘은 것은 2004년 이후 12년 만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개선된 건전성은 낮은 금리로 인한 착시 효과인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25조2,000억원으로 한 해전보다 3조원 가량 적었습니다.
채무자들의 상환 부담이 낮다 보니, 이자를 못 내는 일도 많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빚을 진 가계나 기업이 버틸 만한 수준이 될지 예단할 수 없어 현재 지표를 근거로 안심할 수 없는 겁니다.
특히 지난해 전반적인 건전성 개선에도 조선과 해운 등 일부 취약업종의 부실채권비율은 최대 11%를 웃도는 등 여전히 높은 것 나타났습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영상편집 소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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