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쏘나타 뉴 라이즈로 치열한 중형차시장에서 초반에 승기를 잡기 위해 ‘택시 카드’를 뽑아들었다. 25만대 규모의 택시 시장을 조기에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출시한 LF쏘나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의 택시 판매를 상반기 중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출시 초기 판매 추이를 보면서 전략적으로 택시 판매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으로 늦어도 6월께부터 쏘나타 뉴라이즈 택시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택시 판매의 전제조건인 LPG모델은 이달 말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우선 장애인 고객과 렌터카 업체에 대한 판매를 시작한 후 택시 판매 시점이 확정되면 생산 대수를 늘릴 방침이다.
쏘나타 뉴라이즈의 택시 판매는 기존 LF쏘나타에 비해 두 달가량 빠르다. 현대차는 2014년 3월, 7세대 LF쏘나타 출시 후 5개월 만인 8월부터 택시 판매에 나선 바 있다.
현대차가 쏘나타 뉴라이즈의 택시 판매 시점을 앞당긴 것은 출시 초반에 확실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택시 등록 대수는 25만3,654대다. 최근 몇 년 간 주요 세단 차종의 판매 부진으로 약화된 내수시장에서의 입지 회복을 노리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현대차 내수시장 점유율은 2015년 3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40% 벽이 무너졌다. 그러나 신형 그랜저인 그랜저IG 출시 효과로 지난해 말 41%로 반등했고 2월 말 현재 44.4%까지 올라섰다. 현대차는 쏘나타 뉴라이즈를 통해 내수시장 점유율을 확실히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쏘나타 뉴라이즈만 보더라도 택시 수요를 외면하기 힘들다. 올 판매 목표인 9만2,000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달 9,000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
실제로 택시 판매 효과는 뚜렷하다. LF쏘나타의 경우 출시 후 석 달째부터 월 판매량이 1만대 아래로 내려와 5,50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택시 판매 기점으로 월 판매량이 6,000대 위로 올라섰다. 택시 판매 개시 후 두 달 연속 2,000대 이상이 택시 모델로 나간 덕분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 시장에서 쏘나타 입지는 일반 시장에 비해 확고하다”며 “구형 모델은 물론 연식이 오래된 다른 브랜드 차량도 뉴 라이즈로 바꾸려는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택시 조기 출시가 신차 이미지를 훼손해 일반 소비자의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그랜저IG는 지난해 11월 출시와 동시에 택시 판매에 돌입했지만 쏘나타 뉴 라이즈와는 차이가 있다. 그랜저의 경우 대부분이 모범택시 수요인 반면 쏘나타는 일반택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택시 출시로 차량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출시 초반에는 거리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LF쏘나타는 택시 판매가 시작된 후 소비자 눈에 익었다. 택시 출시 넉 달 후 일반 차량 판매량이 전달 대비 3,000대 이상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영향이 작용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량 옵션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택시는 옵션을 거의 채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소비자도 안다”며 “택시 출시로 신차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은 옛날 얘기로 오히려 외형이 달라진 점을 눈여겨볼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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