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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전실 해체 10일]복귀임원 보직없이 떠돌아...계열사, 조직동요에 사업계획도 못짜

계열사마다 인사팀서 흘러나오는 정보에 촉각

'그룹 밑그림' 전략팀도 사라져 독자경영 주저

사회봉사단·인력개발원 등 운영 갈피 못잡아

지난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운송업체 직원들이 2월28일 해체한 미래전략실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한 해 매출 8조원, 직원 수 1만3,000명에 달하는 삼성SDS의 사장이 2명입니다. 그룹 미래전략실은 사장만 4명인데다 임원이 총 50여명에 달했으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계열사 사장 한 명만 바뀌어도 조직의 파장이 엄청난데 미전실에서 옮겨온 임원 수십명의 보직이 결정되지 않은데다 지난해 12월 예정이던 사장단 인사까지 계속 미뤄지면서 회사 분위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삼성의 한 관계자)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지 10여일이 지났다. 외견상 ‘삼성호’에는 큰 문제가 없는 모습이다. 갤럭시S8 출시와 관련해 업계의 기대감이 부풀어 있고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삼성 내부를 들여다보면 미전실 해체에 따른 혼돈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미전실 해체 작업은 신속하게 이뤄졌지만 사장단과 임원 인사는 보류됐고 미전실 인원들은 사실상 무보직 상태다. 여기에 미전실 전략팀의 코치가 사라지면서 계열사들은 사업계획을 자신감 있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3일 미전실 임직원들을 계열사로 일제히 발령을 냈지만 이들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8일 미전실 해체를 공식화하고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7명의 팀장들까지 모두 퇴직 처리하면서 미전실 소속 임직원 250여명의 분류를 마쳤다. 미전실 직원들은 현재 △삼성전자 수원·기흥·태평로 사옥 △삼성물산 판교 사옥 △삼성생명 서초 사옥 △삼성엔지니어링 상일동 사옥 등으로 나눠 출근하고 있다.

문제는 미전실 소속이던 삼성의 핵심 임원이 50여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들을 일단 각 계열사로 보내기는 했지만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하지 못해 기존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임원과의 보직 조정이 쉽지 않은 상태다. 미전실 소속이던 한 임원은 “사무실을 배정받아 출근을 하고는 있는데 사실 명확한 업무는 없는 상태”라며 “향후 어떻게 될지 정말 몰라서 같이 온 직원과 일단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미전실 임직원들에 대한 보직 발령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보직 발령이 늦어지면서 각종 설이 난무하고 계열사 고위임원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각 계열사 인사팀에서 흘러나오는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어느 자리에 누가 적합한지’ ‘새로운 부서가 생기는지’ 등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사장단 인사는 단행하지 못하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임원 인사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인사 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사장급들의 대거 퇴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고 계열사별 업무를 조정하던 미전실 전략팀이 사라진 영향도 상당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전략팀이 사실상 계열사 간 업무 조정, 계열사 평가 등 내부의 프로세스와 관련한 핵심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하라는 구체적 지침도 없이 떠났다”며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라지만 독자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실현해도 되는 것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매년 연말이면 500억원 규모의 이웃사랑 성금을 기탁하는 등 삼성의 사회공헌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삼성 사회봉사단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그룹 차원의 간부 승격자 교육이 사라지면서 지난 1일 승진한 과장급 이상 삼성의 간부들은 “승진 기분이 안 난다”는 반응도 보인다. 신입사원 교육과 직원 재교육을 담당하던 삼성 인력개발원도 조직 운영방향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리더십이 사라진 상태에서 삼성이 입고 있는 무형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신희철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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