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정부 세금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설 연휴, 지난해 태풍과 지진 등 일시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며 세수 동향을 보려면 2월 수치를 함께 봐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관계없는 법인세, 기타 세수도 크게 늘어나 경기 불황에도 세수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3월호’에 따르면 올해 1월 국세수입은 33조 9,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보다 3조 8,000억원(12.6%) 증가했다. 올해 세금수입 계획 대비 실제 들어온 세수를 뜻하는 진도율도 14%로 지난해보다 1.1%포인트 올랐다. 물론 경제 규모가 지난해보다 커지니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랐다. 경제 전반의 성장세는 4%대 내외(경상성장률 기준)인데, 세수는 12% 넘게 늘어났다.
세목별로 보면 부가세가 많이 걷혔다. 1월 15조 8,000억원이 들어와 지난해보다 1조 7,000억원 증가했다. 진도율은 25.7%로 지난해보다 2.1%포인트 올랐다. 다음으로 소득세가 7조 8,000억원 들어와 6,000억원 증가했다. 진도율은 11.9%로 0.5%포인트 상승했다. 법인세는 1조 9,000억원으로 3,000억원 증가했으며 진도율도 3.4%로 0.5%포인트 상승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부가세는 매년 1월과 7월 2번 확정신고를 하는데, 세부적으로 1월은 25일까지 신고를 받고 차액 등을 27일에 환급한다. 그러나 올해는 설 연휴가 25일부터 있어서 환급이 2월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즉 부가세를 걷기만 하고 환급을 2월로 미뤄 1월 세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경주 지진, 태풍 ‘차바’ 등으로 해당 지역 주민의 세금 납부를 유예해줬는데, 그 때의 세금이 1월에 몰려 들어온 것도 1월 세수가 늘어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와는 관계없는 법인세도 1조 9,00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3,000억원(20%)이나 늘었고 기타 세수도 5조 3,000억원으로 1조 1,000억원(26.2%) 늘어나 경기 불황에도 전반적인 세금수입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타세수에는 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포함한 개소세, 증권거래세, 농어촌특별세, 상속·증여세, 주세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 현재까지 관리재정수지는 14조 7,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조 4,000억원 개선됐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 가계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실제 재정상태를 보여준다. 기재부는 “재정조기집행을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국세 세입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대내외 경기 동향과 세입 여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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