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앞으로 60일간 경제정책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기존에 발표한 내수활성화 등의 정책을 실행하는 방향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미국의 통상압력에다 저소득층 생활고, 실업대란 등 곳곳이 지뢰밭이라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장 다음주부터 중국 소비자의 날, 미국 기준금리 결정 등 경제를 흔들 수 있는 굵직한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과도기 경제팀’은 첫 고비를 맞게 됐다.
10일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더라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변화된 것은 없다”며 “리스크 관리, 경제활성화 등 발표한 정책을 평상시와 같이 추진하며 경제를 차분하게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1일 오전9시 최상목 기재부 1차관 주재로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대통령 파면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첫 반응을 점검하며 12일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과도기 경제팀은 다음주 첫 시험대에 오른다. 먼저 미국발 불안요인. 15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주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의 재협상 등 문제 제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16일 새벽에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여부가 발표되며 당국은 정책금리를 0.75~1.0%로 3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빠른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17일 현지시간)에서는 경제외교 능력이 시험을 받는다. 중국 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이 성사된다면 사드 보복과 관련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지만 무산되면 경제보복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기재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척을 진 나라와는 아예 만남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에 양자회담 성사 여부가 앞으로 중국 행태의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신임 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도 관심거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 통상압력이 지금 우리 목에 가장 가깝게 들어오는 칼날”이라며 “대통령이 없어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놔서는 안 된다. 계속 대화를 시도해 풀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부터 네덜란드 총선,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 결과 등도 2개월 공백기의 변수다.
국내로도 악재는 많다. 무엇보다도 심각해진 저소득층의 위기다. 지난해 소득 하위 10%(1분위)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98만3,000원으로 100만원도 안됐다. 전년보다 8.2% 줄어 비교 가능한 2004년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청년실업·고용대란도 악재다. 1월 현재 청년(15~29세) 체감실업률은 22.5%(고용보조지표3)로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1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실업자 역시 100만명이 넘었다. 1월 기준 100만9,000명으로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도 비상이다. 원리금 부담이 높아지며 부동산 심리가 가라앉으면 가격 하락과 함께 가계부채 전체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잠재성장률이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제대로 된 경제 체질개선 정책이 나오기까지 한참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주원 실장은 “5월 초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인수위원회가 없어 청문회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제대로 된 진용이 갖춰지려면 올해 7~8월은 돼야 할 것”이라며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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