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탄핵 정국’은 일단락됐지만 재계에서는 오히려 걱정이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은 다소 옅어졌지만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과도정부체제에 대한 위기감은 여전하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이 기업에도 있다는 이유로 ‘반(反)기업’ 정서가 확대되는데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어 오히려 기업 활동은 위축되고 사회적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 때문에 국민 통합과 화해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보다 국민 대다수가 시급하게 여기는 ‘기업이 다시 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에서 대통령 파면 이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더욱 옥죌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이다. 상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으로 정치권이 상법개정안을 대선 국면과 연계해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문제는 정치권력이 기업을 좌지우지하려 했다는 데서 시작했고 기업의 개혁은 기업에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해 반대를 하게 되면 소위 ‘적폐세력’으로 몰리는 만큼 제대로 된 논의조차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기업 총수들의 ‘출국금지’를 풀어줘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지난해 말 출금을 당한 뒤 몇몇 총수들은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특검이 삼성 외 나머지 그룹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만큼 출금 유지는 무리한 조처라는 지적이 크다. 출금 해제는 자유로운 경영 활동과 투자를 보장하겠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필요한 조처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대기업 조사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전처럼 ‘본때 보이기’나 ‘실적 올리기’를 위한 수사가 된다면 자칫 기업들의 경제 회복에 대한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불어오는 외풍을 막아내야 하는 것도 시급하다. 철강을 비롯해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은 미국과 중국에서 반덤핑 조사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변변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직후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대 그룹 경영자들과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재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경제부처 수장들은 지금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인지하고 한국 경제의 추락을 막아내야 한다”며 “조기 대선을 치르는 올해 기업의 추가 투자는 거의 불가능하며 결국 2%대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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