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5월 대선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대선주자 중에서 특히 한 후보의 공약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공약에 비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잘 다듬는다면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그렇다.
인력의 육성분야에서는 늘 10만이란 숫자가 나온다. 율곡 이이의 10만양병설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인더스트리4.0 관점에서 보면 10만이란 숫자는 대단히 보수적인 숫자이다. 좋게 말하면 굉장히 실현 가능한 숫자라는 뜻이다. 제대로 된 커리큘럼으로 10만명을 교육하든 재교육하면 10만명은 눈깜짝할 사이에 취업된다는 뜻이다. 글로벌기업 및 글로벌기관들의 전망치에 의하면 사물인터넷분야에서만 부가가치가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2경원 정도의 시장이 조만간 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망치는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을 예측하다 보니 허수도 분명 있겠으나 전망치는 늘어나는 양상이다. 평균 잡아 1경원이라 치면 간단히 1억원 고액 연봉 일자리가 1,000만개가 생긴다는 뜻이다. 실제로는 북미, 유럽, 한국, 중국, 일본에서 생길 일자리 수라 보면 대략 맞는 이야기다. 그러니 10만명쯤이야 순식간에 인력시장에서 흡수되지 않겠는가? 영어소통만 되면 뚝 잘라서 500만개 일자리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자세한 시뮬레이션 및 검증은 더 거쳐야 하는 단순 계산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다음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전망의 현실적 심각성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협회인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의 커뮤니티 공간에 어느 날 국내 대기업에서 취업공고를 띄웠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이 사람을 찾는다는 거란다. 그 회사에 입사하려면 보통 10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데 자신들이 3번에 걸쳐 공식 채용공고를 했는데 사람을 못 찾았다는 것이다. 내용인 즉, 사물인터넷 경력사원을 찾는 공지였다. 비슷한 일은 다른 기업에서도 있었다.
4차산업혁명이 되면 일자리가 없다고? 솔직히 기업에서는 사람이 없어 더 난리일 것이다. 10만명? 내 생각에는 20만명도 괜찮고 30만명도 해 볼만하다. 인더스트리4.0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익힌 사람들이라면 100만명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10만명이든 100만명이든 모아놓고 어떤 커리큘럼을 가르칠 것인가 생각해 보았는가? AI, 빅데이터,사물인터넷만 알면 되는가? 물론 그것도 시행이 어렵겠지만 정말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혹시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많은 오피이언 리더들이 개념적 논의에 빠져 그렇게 주장해서 그렇다. 그러나 현장에서 뛰는 기업 입장이 되어 보라. 어떤 인재가 필요할 것 같은가? 한마디로 융합형 인재 즉, 스페셜리스트인 동시에 제너럴리스트인 인재가 필요하다. 소위 T형 또는 파이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즉, 소프트웨어도 알지만 하드웨어도 알아야 한다. 또 산업도 이해해야 한다. 단순한 예로서 사물인터넷 하나만 보자. 센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저장수단, 클라우드, 통신, 전송, 데이터분석, 자동화유니트, 디지털 기술 등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접목될 산업도 알아야 한다. 개별과목에 대한 전문가는 많지만 이 전체를 가르치는 곳은 없다. 우리가 개인 돈을 들여서 시간을 내어 협회를 만들고 몇 년째 봉사하는 이유는 이런 인재를 배출하여 우리사회에 기여했으면 해서였다.
한석희(인트리포럼 및 한국인더스트리4.0 협회 공동설립 및 사무총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경영학박사, shhan@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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