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에 성공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작정한 듯 포스코 대개조에 나서고 있다. 1기 때는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과 같은 내부 경영에 집중했다면 2기 체제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위해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신사업에 경영 역량을 쏟아붓는 모습이다.
13일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이날 방한 중인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만나 양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4차 산업혁명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GE 그린빌 공장을 찾아 스마트공장 운영 노하우를 접했는데 이멜트 회장과의 만남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두 사람은 포스코와 GE의 강점을 결합해 차원이 다른 스마트 솔루션을 개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세계 5위(2016년 조강생산 기준) 철강사인 포스코의 철강 제조 기술에 GE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생산 설비 운영 노하우를 결합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두 CEO의 의기투합은 포스코의 철강 생산 방식은 물론 포스코그룹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뿌리째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GE와의 협력 결과물을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 인더스트리’ 구축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권 회장은 스마트 인더스트리를 산업 간 융복합 영역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본다. 포스코가 포스코ICT와 포스코건설·포스코에너지 등 계열사의 연계 가능 사업을 묶고 여기에 GE와 개발한 플랫폼을 적용해 사업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권 회장의 구상은 포스코의 미래를 위한 밑그림 가운데 하나다. 권 회장은 “철강을 근간으로 지난 50년간 포스코가 안정적으로 성장해온 것처럼 3년의 임기 내에 또 다른 50년 성장을 위한 준비를 확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이멜트 회장을 만난 뒤 숨 돌릴 틈도 없이 핵심 해외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로 주목받았지만 대규모 적자를 냈던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를 들르기 위해서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2013년 말 가동에 들어간 연 300만톤 규모의 고로(高爐·용광로) 사업장으로 2015년 4,300억원의 적자를 내며 포스코가 창립 이래 첫 적자를 내는 데 결정적 악영향을 줬던 곳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철강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소재의 현지 조달 체계를 최적화하고 이를 통해 독자 생존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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