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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계대출 연체때 원금부터 갚는다] 금융원칙 훼손 최소화하며 연체이자 부담 줄여

상환 어려운 가구 200만 육박

국내 금리인상 선제적 대비

"상환 순서 바꾸면 신뢰 깨져"

금융권 반발은 '넘어야 할 산'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 결정 뒤 열린 긴급 간부회의에서 “시중금리 상승시 주택담보대출 한계차주의 연체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한계차주 부담완화 방안을 은행권 등과 함께 3월 중 마련,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눈앞으로 다가온 국내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은 무려 1,344조원이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높아져도 연간 13조원의 이자부담이 추가로 생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 평균 연 3.2%였던 가계대출 금리는 1월 말 3.29%로 0.09%포인트 올랐다. 게다가 실업자와 취업준비생 등을 더한 ‘사실상 실업자’도 지난해 453만8,000명에 달한다. 금리는 오르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아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거나 장기 연체에 빠지는 가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연체 대출자의 상환순서를 바꾸는 것은 금융원칙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서민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금융위원회는 올 초 업무보고에서 연체이자율 산정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사의 연체이자율 산정방식을 점검하고 연구용역을 거쳐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국은 연체이자율의 원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당국이 연체이자율 자체를 낮추려는 것이 아니냐고 봤다. 하지만 이자율 인하는 당국 내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연체금리가 연 7~10%라고 하지만 벌칙(페널티) 개념인데다 한번 금리를 낮추면 나중에 다시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국 고위관계자도 “페널티 개념의 금리에 손을 대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상환순서 개편은 금융원칙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계차주의 연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민법은 상환을 받을 때 비용과 이자·원금 순으로 받는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금융사들은 지금까지 연체대출 상환을 받을 때 이 같은 순서를 지켜왔다. 하지만 금융공기업들은 비용·원금·이자 순서를 써왔다. 민법의 경우 개인 간 계약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와 대출자가 어떻게 계약을 하느냐에 따라 순서변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융공기업들이 이미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금융사를 설득할 명분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아파트 같은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30% 떨어진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은행은 이를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문제는 취약계층으로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일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권의 부채 상환이 어려운 한계가구만 200만가구에 이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빚이 있는 1,086만3,554가구 가운데 매달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빼면 원리금을 상환하기조차 어려운 한계가구가 200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채가 있는 가구의 19.9%에 달한다. 여윤기 한신평 연구원은 “한계가구로 편입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어 금리 인상과 경기위기가 현실화하면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가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권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연체 대출 상환순서 변경은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업계를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채무 탕감과 최고이자율 인하, 서민대출 지원 등 금융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는 방안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상환순서까지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는 게 금융사들의 입장”이라며 “반대 수위가 생각 외로 높다”고 전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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