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가 장내 유익균까지 죽여 설사·장염을 일으키는 세균감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 균이 내뿜는 독소를 중화시키는 항체치료제가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괜찮은 결과를 냈다.
15일 인제대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김유선 소화기내과 교수 등 세계 30개국 322개 의료기관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D)균으로 인한 ‘항생제 연관 장염(CDI)’ 환자 2,559명을 대상으로 3년 6개월 간 진행한 임상연구에서 미국 제약회사 머크가 개발한 항체치료제의 효과가 확인됐다.
CD균이 내뿜는 독소 A·B를 중화하는 2종의 항체치료제를 함께 복용한 환자는 재발률이 15%로 위약 투여군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특히 2회 이상 재발률은 13~16%로 위약군(42%)의 3분의1 수준이었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 ‘NEJM(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와 영국, 미국, 독일, 호주, 칠레, 일본 등 30개국 의료진이 참여했다.
앞서 김 교수 등 대한장연구학회 회원들이 2013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입원환자 1만명당 항생제 연관 장염 발생자가 2004년 17.2명에서 2008년 27.4명으로 5년새 1.6배 늘어났다. 항생제 사용 후 평균 4~6일 뒤 발병해 설사가 3~10일간 지속됐으며 복통·발열, 백혈구 증가, 저알부민혈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항체치료제가 CD균이 분비하는 독소를 중화시켜 세포에 결합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치료제가 65세 이상 노인, CDI 경험 환자의 재발률과 사망률·의료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생제 사용 후 설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항생제 투여를 중단하고 CDI 발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CD 감염으로 인한 사망잔느 연간 1만 5,000여명에 이른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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