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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권 사전 공시…'깜깜이 주주총회' 해법될까

정보 부족한 개미들 불만 늘자

"내역공개로 권리보호" 목소리

연금사회주의 부작용 우려도





A 제약사의 소액주주 이모씨는 17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주총 안건인 사외이사 재선임 안에 대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찬성할지 반대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집으로 배달된 주총 소집 안내문에는 사외이사 후보자의 생년월일과 현 직장, 그리고 주요 경력이 전부였다. 이씨는 “사외이사는 회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의결권도 신중하게 행사돼야 하지만 정보 비대칭 문제로 쉽지 않다”며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 행사 내용을 주총 전에 공개한다면 이 같은 문제를 풀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178곳의 주총이 동시에 열리는 슈퍼 주총데이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씨처럼 ‘깜깜이 주총’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회사의 주주로서 주총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싶어도 정보가 한정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의결권 전문 분석 기관의 자문을 받는 외국인·기관투자가들보다 의결권 분석 능력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사전에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해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은 현재 주총이 끝난 후 2주일 안에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는데 이를 주총 전으로 앞당기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통상 주총 소집일 전에 찬반 여부를 결정해왔기 때문에 사전 공시가 어렵지는 않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8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중립’ 의결권 행사 방침을 미리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역사가 짧다 보니 주주로서 기본적인 권리인 의결권 행사마저도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내용을 사전에 공개한다면 정보가 한정돼 있어 의결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일반 투자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의결권 사전 공시는 최소화돼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대로 다른 투자가들의 결정이 뒤따르면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은 102조6,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7%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2013년 의결권 사전공시제 도입을 검토하다가 중단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사전공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의결권 지침을 바꿔야 해서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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