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같은 연산기기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집적률을 높여 정보처리 속도를 향상 시킨다. 집적률이 높아질수록 발열 등 장치 성능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늘어난다. 최근 전기신호보다 수 백 배 빠른 광신호로 전자 소자의 속도를 올리는 연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광-전기 정보전환 때 생기는 신호 전달의 병목현상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기초과학연구원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단장 조민행) 최원식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얇은 금속 박막에 나노 안테나들을 무질서하게 배열해 병목현상을 해소했다고 16일 발혔다.
나노 안테나는 금속 박막에 200나노미터(nm, 1nm=10억 분의 1미터) 직경의 구멍을 뚫어 만든다. 이 곳에 빛(광신호)을 쪼이면 표면 플라즈몬(전기신호)이 생긴다.
연구진은 나노 안테나를 무질서하게 배치해 규칙적으로 배열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플라즈몬의 다중산란을 유도해 나노 안테나 사이의 간섭을 줄인 것이다. 각각의 나노 안테나가 독립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이다. 다수의 나노 안테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다중입력 다중출력(MIMO)으로 동시에 최대 정보의 전달이 가능하다. 이로써 3차원 공간을 움직이는 빛이 2차원 표면의 전기 신호로 바뀔 때 생기는 정보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기존 나노 안테나보다 40배 넓은 대역폭 확보가 가능해졌다.
플라즈몬 다중산란으로 동시 신호의 양이 늘었지만, 플라즈몬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긴 어려웠다. 원하는 신호를 특정 위치로 보낼 방법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표면 플라즈몬을 분석해 생성 패턴을 찾아냈다. 이후 조명하는 빛의 모양을 조작해 자유자재로 표면 플라즈몬을 제어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로 6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 플라즈몬 신호를 동시에 전달했다. 나아가 광학적 이미지를 그대로 표면 플라즈몬 신호로 전송하는데 성공했다.
최원식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나노 수준의 마이크로프로세서들 사이를 초고속 광통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였다”며 “이러한 방식이 앞으로 컴퓨터 속도 개선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3월 6일 게재됐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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