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머리카락은 5만~7만 개쯤 된다. 하루에 50~70개가량 빠지는데 100개가 넘으면 병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피부과·모발클리닉의 문을 두드리는 게 좋다. 보통 얼굴을 ‘턱-코, 코-미간, 미간-모발선’으로 3등분 했을 때 모발선이 위로 올라가면 탈모로 분류하기도 한다.
◇ 탈모 환자는 20~40대, 원형탈모증 가장 많아=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탈모증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는 사람은 연간 21만 명이 넘는다. 남성이 54%로 절반을 약간 넘고 20~40대 연령층이 67%를 차지한다. 연령대별로는 30대(24.6%), 40대(22.7%), 20대(19.3%), 50대(15.6%) 순이다. 증상별로는 원형탈모증(74%)이 가장 많다. 흔히 대머리로 불리는 남성형 탈모, 흉터로 모낭이 파괴돼 머리카락이 나오지 않는 사람은 각각 9%(2만명)쯤 된다.
여기다 피부과나 모발클리닉 등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탈모 치료, 모발 이식 수술을 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실제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셈이다.
◇ 탈모는 유전과 탈모 효소·남성호르몬의 합작품=탈모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요인, 남성호르몬 안드로겐과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 스트레스, 성인병과 식습관 등 많다.
이 중 유전적 요인으로 부모 모두 탈모증이 있다면 자녀의 75%, 한쪽만 탈모증이 있다면 절반가량이 탈모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남성형 탈모증은 대머리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20~30대부터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며 이마 좌우로 벗어지는 M자형, 이마가 전체적으로 벗어지는 U자형, 정수리 쪽에서부터 둥글게 벗어지는 탈모가 나타난다.
이 경우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의 양보다는 탈모 부위에서 5-알파 환원효소가 얼마나 활성화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머리카락은 보통 3~6년가량 성장한다. 그러나 5-알파 환원효소가 모낭에서 남성호르몬 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시키면 모발의 성장 기간이 점점 짧아진다. 처음에는 가늘어지다 솜털만 나거나 그마저도 나지 않는다. 앞머리(이마선~정수리) 탈모증은 심한데 뒷머리는 남아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 효소가 앞머리 두피 쪽에만 활성화된 경우라고 보면 된다.
여성형 탈모는 남성과 다르다. 여성은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어 숱이 적어지고 가늘어질 뿐 대머리는 드물다. 여성은 이마 위의 모발선이 유지되면서 머리 중심부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적어지는 특징이 있다.
원형탈모증은 다양한 크기의 원형 또는 타원형 탈모로 시작되며 진행될수록 크기와 수가 늘어난다.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면역기능 이상과 관련 있다. 자연적으로 낫기도 하고 치료가 잘 되지만 재발률이 높다.
특히 스트레스·빈혈·천식과 고혈압·동맥경화·당뇨병 등 성인병, 지방질 위주의 식습관, 과도한 음주·흡연·다이어트도 탈모와 관련이 있다. 모근·모발에 충분한 영양 공급을 방해해 탈모의 가능성을 높인다.
◇ 탈모약 6개월 이상 꾸준히 먹으면 효과, 모발 이식해도 탈모약 먹어야=탈모증 치료제로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프로페시아·모나드,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아보다트·네오다트 등 먹는 약과 미녹시딜 등 바르는 약이 있다. 먹는 약은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변환되는 것을 억제하는 남성형 탈모증 치료제뿐이다. 탈모증 초기부터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대부분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여성용 탈모증 치료제는 사실상 미녹시딜밖에 없고 효과를 보는 경우는 20%에 불과하다.
탈모가 상당히 진행돼 약만으로 회복이 어렵다면 모발이식을 고민해야 한다. 건강한 모낭을 가진 뒷머리에서 필요한 만큼의 두피를 떼어내 모낭을 이식(절개식)하거나 모낭만 채취해 이식(비절개식)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식한 모발은 계속 유지되지만 탈모 치료제를 꾸준히 먹지 않으면 주변 모발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탈모 샴푸(의약외품)는 약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노푸(no shampoo의 줄임말)는 치료와 거리가 멀다. 가려움증·비듬이 심한 편이거나 두피 붉음증 등이 있는 경우 샴푸를 쓰지 않으면 지루성 두피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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