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주요2개국(G2)의 통상 칼날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던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한국이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했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을 추진했지만 중국이 거절해 불발됐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회담을 제의했지만 중국 쪽에서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서 만날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에서는 한중 재무장관 회담이 성사되면 사드 문제를 직접 논의하지 않더라도 대화 창구가 열려 중국의 교묘한 경제제재가 누그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중국이 만남을 거절하면서 앞으로 제재가 계속되거나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 신임 재무장관과는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얻지 못했다.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담은 환율보고서가 다음달 나오는 가운데 유 경제부총리는 “한국은 환율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급변동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양방향 시장안정 조치를 취한다”며 “경상수지 흑자도 저유가, 인구구조 변화 등 때문이지 환율 영향은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므누신 장관은 “잘 알았다”고만 답하고 그 이상의 자세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도 없었으며 회담 시간은 약 10분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유 부총리는 동행기자단과 만나 “지난해 10월에 이어 우리가 (환율조작국 지정 전 단계 격인) 환율관찰대상국에 지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또 “환율조작국 지정 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며 “만약 지정된다고 해도 예전에 지정된 경험이 있다.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지만 이번에는 지정 이후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미묘한 입장 변화다. 한국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환율조작국에 지정된 바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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