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이란게 시작 보다 마무리가 어렵다. 좋게 끝나는 일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실패했을땐 더욱 그러하다. 창업에 나섰다가 폐업의 쓴맛을 보는 경우는 오죽 그러하랴. 한해 우리나라에서 80만명이 가게나 회사 문을 닫는다. 좌절감과 경제적 손실이란 엄청난 시련을 겪는 이들에게 효과적인 출구전략을 함께 고민해주는 곳이 있다. 한국폐업지원희망협회. 설립된 지 반 년이 조금 넘은 비영리단체다. 최근에 폐업 협회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경기침체속에 그만큼 창업 실패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폐업지원협회를 직접 설립한 고경수(55·사진) 회장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창업만큼 폐업도 질서있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기 자신이 세번이나 사업에 실패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3년 전부터는 폐업 119란 회사를 차려 ‘폐업컨설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무료로 폐업컨설팅을 해준 것만 3,000건이다. 그는 “처음에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폐업에 접근했는데 사람들을 만나보니 마음이 바뀌었다”며 “폐업하는 분들은 자기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심리적 공황상태에 있고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지원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경영컨설턴트다. 지금도 기업컨설팅 ‘코스트제로’를 운영 중이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으로 협회도 차리고 폐업자들에 대한 무료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그를 비롯해 50여명의 회원들이 뜻을 함께 하고 활동 중이다.
그는 폐업을 단순히 창업 실패가 아닌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매년 80만명이 폐업하는데 가족 등까지 감안하면 수 백만명이 타격을 입는 셈”이라며 “정부가 창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 폐업을 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폐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결국 사회적 안전망을 탄탄히 하는 것이고 결국 재기의 발판을 보다 빨리 마련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폐업 경향을 보면 창업 후 1년 내 문을 닫는 비율이 40% 이상”이라며 “청년층 실업과 중장년층의 조기 은퇴 등을 고려하면 이 현상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창업 성공에 대한 정보 공유는 많은데 실패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며 “폐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체계적으로 분석, 지원했을때 결국 창업과 재창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폐업자들의 특징을 보면 창업 초기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경우가 상당수”라며 “창업을 생각 중인 사람이 있다면 초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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