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이면 조선업에 ‘빅 사이클’은 아니더라도 ‘스몰 사이클’ 정도의 변화는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유동성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업황 개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세계적인 선박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없애는 방향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 지난 15일 여의도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기업설명회(IR). 현대중공업 기획실 소속 고위 관계자는 조선 업황 개선 지연 우려에 대해 “아무리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업황 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업황 회복이 지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규 선박 발주가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와 조선업계는 조만간 조선 업황 개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도크(dock·선박 건조대)가 모자랄 정도의 발주 회복은 아니더라도 신규 발주가 지금보다 확실히 증가하는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기대는 정부가 ‘추가 지원은 없다’며 뱉은 말을 주워담으면서까지 대우조선해양에 4조~5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투입해 살려보려는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조선 업황 개선을 기대하는 가장 큰 배경은 이른바 ‘국제해사기구(IMO) 특수’다. 오는 2020년부터 시행되는 IMO 규제에 따라 전 세계 바닷길을 누비는 모든 선박은 연료유(油)의 황산화물(SOx) 함유 비율을 0.5% 이하로 낮춰야 한다. 현행 기준은 3.5%이다.
선주들은 IMO 규제에 따라 기존 선박을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eco ship)으로 교체하든지, 선박에 별도의 탈황 장치를 다는 방식으로 황산화물 비율을 낮춰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황 부진으로 바닥 수준으로 낮아진 선가(船價)와 노후 선박 운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기존 선박에 탈황 장치를 다는 것보다 아예 신규 발주를 통해 효율성 좋은 선박을 운영하는 게 선주 입장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 플랜트가 아닌 일반 상선 건조는 통상 2년여가 걸린다. 이 때문에 업계는 선사들이 강화된 IMO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 친환경 선박 발주를 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유조선 시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엿보인다. 최근 러시아 국영 선사인 소브콤플로트사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아프라막스급(11만4,000톤급) 유조선 4척을 발주했는데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를 따냈다.
대우조선해양도 앞서 올해 첫 수주를 친환경 선박으로 장식했다. 유럽 지역 선사가 발주한 17만3,400㎥ 크기의 LNG 운반선에 천연가스 재액화장치(PRS) 기술을 적용해 수주에 성공했다. 운반 대상인 LNG의 자연기화분(分) 일부를 재액화해 연료로 쓰는 기술이다. IMO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것과 동시에 선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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