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 등이 악화되자 한국가스공사는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이승훈(사진)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민간의 지혜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보자는 포석이었다.
이 대표는 2015년 7월 취임 당시부터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해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호언했다. 물론 가스공사의 내실을 강화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1년 반의 성과는 어떨까. 눈에 띄는 결과는 없다. 2013년부터 2년 연속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던 가스공사는 지난해에도 D등급을 받았다. 2016년의 경우 이 사장의 취임이 6개월밖에 되지 않아 기관장 경고는 간신히 면하기도 했다.
문제는 올해다. 정부는 당장 드러난 지표상 크게 개선된 모습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22일 “지난해 경영평가가 안 좋게 나왔는데 올해 역시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겠지만 크게 나아진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D등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경영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지난달 가스기반시설 안전 및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결과를 보면 가스공급시설의 90% 이상이 내진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계약 등에 관한 비리 감사 결과 모두 11건의 비리를 적발해 22명에 대한 문책(파면 8명, 해임 3명, 정직 8명, 경징계 이상 3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직관리가 전혀 안 돼 경영평가에서 감점 요인이다.
경영 실적도 나쁘다. 이 사장이 회사를 온전히 이끌었던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21조1,0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줄었고 영업이익도 9,176억원을 기록해 9.9%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6,736억원을 기록해 전년 당기순이익 3,192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내려앉았다. 부채 비율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294.03%를 기록해 여전히 만성 부채 기업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사업 성과 개선을 위해 추진하던 민영화도 감감무소식이다. 취임 당시 가스산업 구조 개편 논의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에너지 구조 개혁 전도사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노조의 반발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실적보다는 내부조직 관리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강광우·서민준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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