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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로봇 '美 16년 독점시대' 끝낸다

국산 '레보아이' 출시 초읽기

식약처에 임상 종료 보고서

로봇·수술비용 대폭 낮출듯

수술도구를 장착하는 로봇팔 등으로 구성된 다빈치 Xi 카트.




국산 수술로봇의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16년 동안 전 세계 수술로봇 시장을 독점해온 다빈치의 시대도 곧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30억원을 넘어선 수술로봇과 1,000만원을 웃도는 로봇수술비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컴퍼니가 만든 ‘레보아이’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종료 보고서를 제출하고 의료기기 품목허가 절차에 들어갔다. 제품 출시를 위한 마지막 단계로 6개월 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레보아이가 출시되면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가 16년간 독점해온 수술로봇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다빈치는 스탠더드 버전에서 시작해 S·Si·Xi 등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가격을 30억원으로 올렸다. 여기다 유지관리비도 연간 2억원을 웃돌고 수술 도구도 열 번만 쓸 수 있게 하는 등 운용비용이 비싸 로봇을 이용한 수술비용도 1,000만원이 넘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미래컴퍼니는 지난 10년 동안 수술용 로봇을 개발하다 이번에 성공적으로 임상시험까지 마쳤다. 다빈치 못지않은 성능에 가격은 다빈치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컴퍼니 외에 고영테크놀로지·NT로봇·큐렉소 등 국내 기업들이 의료용 로봇 분야에서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어 다빈치가 독점해온 수술로봇 가격과 로봇수술비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레보아이는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전립선암·담낭절제술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난도가 높은 전립선암 수술 성공은 다빈치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몸에 4~5개의 작은 구멍으로 수술 도구와 동영상 카메라를 넣어 3차원(3D) 입체영상을 보며 전립선·갑상선·위·대장·콩팥 같은 장기에 생긴 암 수술 등에 쓸 수 있음을 입증했다.

레보아이는 다빈치 못지않은 성능에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빈치가 독식해온 세계 로봇수술 시장에 큰 균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구글과 존슨앤드존슨 연합군 등도 ‘다빈치와의 전쟁’을 선포한 마당이어서 수술로봇 시장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면 레보아이의 성능은 어떤 수준일까. 아직 정식 출시는 안 됐지만 레보아이로 임상시험을 해본 세브란스병원의 나군호(비뇨기과), 이우정·강창무(외과) 교수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나 교수는 “레보아이는 다빈치 Si와 견줄 만하다”며 “다만 대형병원들이 최고 사양, 즉 다빈치 Xi를 원하는 의사들에게 Si급 레보아이를 사서 쓰게 하려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빈치와 소모품 등의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로봇수술을 포기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레보아이가 수술로봇 가격과 수술비를 낮춰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레보아이의 마케팅 전략과 다빈치 측의 대응이다. 일단 레보아이의 가장 큰 무기는 다빈치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이다. 의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판매가격, 유지관리비, 수술 도구 등 소모품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정수기처럼 수술로봇은 빌려주고 소모품 판매로 매출을 일으키는 등 다양한 고객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병원과 환자의 비용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세계 수술로봇 시장을 독점하며 폭리를 취해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다빈치는 스탠더드(단종)→S(올해 말 단종 예정)→Si→Xi 등 버전이 4개다. Si는 20억원, Xi는 30억원이 넘는다.

대당 연간 2억원이 넘는 유지관리비, 4개의 로봇팔에 장착된 채 환자의 몸속으로 들어가 수술 부위를 지지고, 자르고, 봉합하고, 집게 역할 등을 하는 수술 도구들도 열 번까지만 쓸 수 있게 프로그램돼 있어 원성이 높다. 수술 도구 1개당 400만원쯤 하는데 한 수술에 네 가지를 사용하면 160만원, 하루 3명을 수술하면 일 480만원, 월 1억1,500만원(24일 기준)가량이 든다. 각종 비용이 많이 들고 건강보험도 적용이 안 된다. 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수술의 2~3배나 되는 700만~1,300만원(입원비·검사비 등 제외)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상처가 작고 회복기간이 빨라 이용자들은 급증하는 추세다. 6대의 다빈치를 가동 중인 세브란스병원의 로봇수술 건수는 2014년 1,729건에서 2015년 1,802건, 지난해 2,265건으로 크게 늘었다.

고비용 구조에도 대형병원들의 수술로봇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다. 대외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복강경 수술의 경우 마취의사를 빼더라도 6~7명의 의료진이 필요하지만 다빈치 수술실은 3~4명이면 된다. 장비값과 유지비용이 비싸지만 인건비를 절감하고 수술실의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복부절개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을 하는 것보다 의료진이 피곤함을 덜 느껴 더 많은 환자를 수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세계 수술로봇 시장은 다빈치가 독점하고 있다. 전 세계에 3,500대가량을 판매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은 7억5,7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6억7,700만달러보다 12% 증가했다. 장비와 수술 도구 등 소모품 매출이 19% 증가(3억2,600만달러→3억8,600만달러)한 게 주효했다. 서비스 매출은 12% 증가(1억2,000만달러→1억3,500만달러)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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