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로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을 연결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해 사회를 똑똑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우드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선도기술 10개를 제시했다. 그가 언급한 클라우드컴퓨팅과 스마트단말·빅데이터·딥러닝·드론·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기술은 신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산업혁명’이라는 타이틀에는 새로운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우리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가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이전 기고에서 강조했던 ‘정밀의학’이다.
정밀의학은 개인의 유전체 정보와 의료정보, 그리고 개인의 일상생활 정보를 모두 모아 개인의 질병 가능성을 예측·예방하고 더 나아가 최적의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정밀의학의 발전은 유전체 분석과 각종 센서·스마트단말·빅데이터·클라우드컴퓨팅·딥러닝 등 관련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크다. 또 오늘날 반도체 산업이 400조원, 자동차 산업이 600조원인 데 비해 헬스케어 산업 규모는 1,2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 특히 4차 산업의 핵심을 ‘모든 것의 정보화’라고 본다면 모든 생명정보를 이용해 삶의 질 향상을 이뤄내는 바이오 분야는 4차 산업의 정수인 셈이다.
세계 각국이 4차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10년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세우고 사물인터넷(IoT)과 센서 등을 활용해 자동생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스마트팩토리를 선보였다. 미국 GE는 IoT 운영체제(OS)를 만들고 모든 부품에 센서를 장착해 빅데이터를 모았다. 이 자료를 분석해 부품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대응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등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 중이다. 일본은 로봇 기술을 제조업 현장부터 간병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면서 로봇을 이용한 데이터 수집과 AI 기술을 발전시킬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강점을 가진 분야는 무엇인가.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단일화된 국민건강 정보라는 엄청난 빅데이터를 갖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한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활용해 선진국을 앞서 나갈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건강정보와 유전체 분석 내용은 개인의료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법 등으로 꽁꽁 묶여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바이오 헬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첫걸음은 기술의 융합이 아닌, 기업과 병원이 협업하고 혁신으로 융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