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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첫 '명문 장수기업' 코맥스 변봉덕 회장 "홈 통신 외길…끝까지 도전하면 결국 성공"

AI 비서·헬스케어 개발 등

홈 IoT 기업으로 진화

해외시장 개척 노력 끝에

1,000여종 제품 126國 수출

올 매출 1,700억도 꿈 아냐

한국, 대기업에만 의존 말고

창업 북돋워 신산업 육성을





49년 전 패기로 똘똘 뭉친 서른 살 청년이 있었다. 당시 생소했던 ‘인터폰’ 사업에 뛰어 들은 것은 통신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4.19혁명때 대학 학생대표까지 지냈던 혈기 넘치는 청년 사장은 ‘메이드인코리아’ 브랜드를 팔기 위해 직접 가방을 둘러 매고 몇 달씩 해외를 쏘다녔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그때 인연을 맺은 많은 해외 거래처의 사장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대(代)를 이어 거래하고 있다.

한국 최초로 인터폰을 생산해 이제는 홈IoT기업으로 성장한 코맥스의 창업자 변봉덕(79·사진) 회장. 그가 일군 회사는 이제 ‘대한민국 명문 장수기업’이란 타이틀을 거머쥐며 국내 중소기업의 롤 모델이 됐다.

변 회장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 ‘포기하지 말라’다. 그는 “창업이란게 험난한 길이지만 일단 뜻을 세웠으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며 “우리나라도 대기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문분야에서 젊은이들의 창업을 더욱 북돋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코맥스 본사에서 만난 변 회장은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지금껏 회사를 운영해왔다”며 “곁눈질하지 않고 홈 통신기술이란 한 길만 달려왔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코맥스는 그동안 인터폰을 비롯해 도어폰, 비디오폰 등에서 ‘국내 최초’란 명성을 자랑한다.

내달 1일은 코맥스의 49번째 생일. 생일을 앞두고 얼마 전 코맥스는 경사를 맞았다. 중소기업청이 처음으로 뽑은 ‘명문 장수기업’에 선정된 것. 변 회장은 “홈통신 시장은 인터폰을 시작으로 비디오도어폰, 홈오토메이션, 홈네트워크 그리고 홈IoT 등 10년 단위로 변해왔다”며 “고객의 요구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구축해 온 결과 현재 1,000여종의 제품을 해외 126개국에 판매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눈앞의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꼭 ‘메이드인코리아’ 상표를 단 제품을 해외에 알리고 싶었다.

변 회장은 1972년에 직접 해외 유명 전자잡지에 제품 광고를 실었다. 당시 세운상가에서 그야말로 ‘손바닥만한’ 작은 회사였던 한국중앙전자(옛 코맥스)가 유명 잡지에 광고하겠다니 담장자가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그는 “당시 유명세를 떨쳤던 JEI란 전자잡지에 우리 회사가 최초의 한국 고객이었다”며 “회사 광고가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 등도 광고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변 회장의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승계문제는 여느 기업이나 고민거리다. 변 회장은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테너 가수로 활동하던 아들을 설득해 경영에 참여시켰다. 10년 전의 일이다. 변 회장은 “음악을 무척 좋아하던 아들이 처음에는 강하게 반대했는데 이탈리아에서 구두나 가방 등 가업을 승계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들을 직접 봤던 탓에 결국 내 뜻을 따라 준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코맥스는 요즘 홈 IOT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정내 생활기기를 손쉽게 제어해주는 인공지능(AI) 비서 ‘엔서’를 5월 중에 선보인다. 또 가정내 헬스케어 기기 분야는 물론이고 생체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탄 것이다.

실적 개선도 가파르다. 코맥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보다 15% 늘어 1,3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700억원대를 보고 있다. 올해 1·4분기 매출을 보더라도 해외영업이 작년보다 20% 이상 확대되는 등 당초 계획을 넘어서 순항 중이다. /한영일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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