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철중(가명)씨는 연말만 되면 통신사 멤버십 때문에 복장이 터진다. 한 달에 8만원이 넘는 요금을 내고 VIP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지만, 1년 동안 받은 혜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껏 편의점에서 몇백 원 할인받은 것이 전부고 연초에 잔여 포인트(할인한도)가 소멸 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금제도 못 낮추고 전전긍긍한다.
이동통신사들이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의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하지만 고객들의 만족도는 크게 떨어진다. 멤버십 혜택이 고액 요금제, 젊은 체리피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인데다가 똑같은 요금을 내도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별다른 혜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 통신요금은 약정에 묶여 꼬박꼬박 내지만, 할인 한도 등은 쌓이지 않고 매년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 월 5만원 내고 250원 받는 멤버십 혜택= 이통사들은 연간 수천억 원을 멤버십 서비스에 쓴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이통3사는 7,910억원 상당의 멤버십을 제공했고 고객들은 3,165억원 가량을 사용했다. 제휴업체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통사들은 1,600억원 가량을 지출한 셈이다. 2012년 이동전화 가입자가 5,362만명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3,000원 꼴이다. 결국 고객들은 한 달에 평균 5만원 가량의 요금을 내고 이용요금의 0.5%인 250원의 멤버십 혜택만 받는 셈이다.
◇ 상위 가입자에게 집중된 혜택=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멤버십 혜택이 상위 가입자, 젊은 사람, 체리피커 등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이통사들은 사용요금 기준으로 멤버십 등급을 나눈다. SK텔레콤(017670)은 연간 90만원 이상의 요금을 내는 가입자(가입기간 요건 제외)를 VIP로 분류하고 나머지 고객은 골드 등 4개로 나눈다. KT(030200)는 연간 이용금액 100만 원 이상인 고객을 VIP로 하고 그 외는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매달 이용액을 기준으로 멤버십 등급을 산정하는 LG유플러스(032640)는 월 7만4,800원(순액 요금제 기준)을 이용하면 VVIP로 선정한다. 그 외는 6개 등급이다.
등급은 5~6단계인데 등급별 혜택은 편차가 크다. SK텔레콤은 VIP 고객에게 포인트를 무제한 제공하는 반면 연간 이용요금 24만원 이하인 일반 가입자에게는 5만 포인트만 제공한다. 일반 가입자는 편의점 등에서 할인율이 VIP의 절반에 그친다.
KT의 VIP 고객은 포인트만으로 영화관람이나 커피 구매가 가능하지만, 연간 20만원 이하 고객은 아예 포인트가 없다. 이통사측은 “멤버십이 마케팅 용도이기 때문에 상위 요금제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사라지는 국내 vs. 쌓이는 해외, 소외된 미가입자 =국내 이통사들은 연말이 되면 남은 포인트를 삭제한다. 그러나 해외 이통사들은 다르다. 쓴 만큼 쌓이는 항공사 마일리지와 비슷하다.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스마트 리워드’는 1달러당 10포인트가 쌓인다. 매년 포인트가 리셋되는 한국과 달리 가입기간 동안 포인트가 계속 쌓인다. 포인트 사용처가 많지는 않지만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쓰거나 상위 요금제 가입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는 아니다.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은 더 큰 역차별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휴대전화 이용자 중 멤버십 가입자가 절반이 안 된다고 말한다. 지점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별도 신청해야 발급이 가능한 탓이다. 그래서 절반이 넘는 가입자는 본인이 쓰지도 않는 멤버십 비용까지 통신요금 중 일부로 갹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 층은 멤버십 사용에 차별을 받는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지난 2013년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이동전화 마일리지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 소멸예정인 멤버십 포인트를 노년층 통신요금 할인, 장애인 지원, 소외계층 문화 이용 지원 등에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진척이 전혀 없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멤버십 포인트를 단순 마케팅 요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미래부가 사업자들과 함께 고민해 적절한 활용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미래부가 요금 약관 심사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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