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낙하산 인사는)단호하게 거절했어야죠.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는데 연임하겠다고 나와서 안 부끄럽습니까?”
KT 정기주주총회가 난장판이 됐다. KT 주총이 평화롭지 않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황창규 KT 회장의 재선임에 반대하는 일부 주주들의 항의가 거셌다. 하지만 주총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KT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황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황 회장은 2020년 정기 주총까지 3년 동안 KT를 이끌게 됐다.
주총은 시작 전부터 끝난 이후까지 소란했다. 주총장 주변은 오전 7시30분을 기점으로 KT의 두번째 노조인 ‘새노조’ 관계자들과 이들의 입장을 막으려는 경찰의 극한 대치로 전운이 감돌았고, 입장이 시작된 오전 8시께는 새노조 관계자들 30여명이 동시에 주총장 입구로 뛰어들어 한차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KT는 진행요원을 동원해 주총장 일부를 차단했다. 주총장 밖에는 경찰 1개 중대를 배치했다. 주총 회장은 앞자리는 평온했지만 뒷자리는 격렬했다.
황 회장은 재선임이 확정된 후 “앞으로 3년간 차별화된 기술과 서비스로 기존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KT가 보유한 지능형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5대 플랫폼 사업을 집중적으로 성장시켜 괄목할 성과를 만들겠다”며 “강한 책임감을 갖고 KT가 글로벌 1등, 혁신적인 ICT 기업,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처음 선임된 황 회장은 3년 임기 동안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월 KT 이사진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에 의해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천됐다.
황 회장의 취임 첫해인 2014년 KT는 4,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이듬해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2,929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1조4,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주총에 참여한 차완규 KT 1노조 정책실장은 “세상에 빛이 있고 어둠이 있듯, 경영에도 공(功)이 있고 과(過)가 있다고 본다”면서 “과도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좌초해 침몰 직전이었던 KT를 조직개편 등을 통해 살리고 회사 경영상황을 단시간에 회복시킨 게 최고의 공이라고 판단해 황 회장의 재연임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외부 입김에는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CEO추천위원회는 황 회장을 후보로 추천하며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업 지배구조 구축을 주문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 같은 권고사항을 명시한 황 회장의 경영계약서 승인이 함께 이뤄졌다.
이날 주총에서는 2명의 사내이사가 재선임, 4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 및 신규 선임됐다. 사내이사는 KT 임헌문 매스(Mass)총괄 사장과 구현모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재선임됐다. 사외이사는 김종구 법무법인 여명 고문과 박대근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재선임됐으며, 이계민 한국산업개발연구원 고문과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새롭게 선임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김종구, 박대근 이사가 재선임됐다. 이사 보수한도 및 경영계약서 승인 건도 원안대로 처리됐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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