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주식의 출자 전환 가격이 거래정지 직전 마지막 가격에서 10% 할인돼 결정된 후 오는 9월부터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회사채를 출자 전환한 후 투자자금을 현금화시킬 수 있도록 대우조선해양의 거래를 일정대로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출자 전환된 주식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주가 폭락이 불 보듯 뻔해 기존 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금융위와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4월17일 회사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회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주당 4만350원으로 산정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 가격은 지난 2016년 7월14일 대우조선해양이 회계 분식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날의 가격에서 10%를 깎은 금액이다. 10%를 깎은 이유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2016년 12월29일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따라 대출금 1조8,000억원을 출자 전환할 때 부실을 반영해 10대1 감자를 하고 기존 시가에서 10%를 할인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출자 전환한 주식은 시가로 가격을 매기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거래가 중지돼 시가가 없다. 이 경우 자본시장법은 가장 마지막 거래 가격에서 최대 10%까지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의 출자 전환이 가장 최신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이번 출자 전환 기준 가격으로 삼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마지막 거래 가격에서 3%나 5%만 깎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출자 전환에 불만을 품고 있는 사채권자들을 달래기 위해 10% 할인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결정에 따라 거래가 중지된 대우조선해양 주식은 결산 심사나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라 9월28일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채 투자자가 곧바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보호예수(일정 기간 동안 매매를 금지하는 것) 규정이 있는 제3자 배정이 아닌 일반 공모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사채권자가 보유한 1조5,500억원의 회사채 투자금 중 최소 7,750억원어치가 주식으로 바뀐다. 시장에 풀리는 주식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회사채 투자자는 기존 주식의 감자를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부정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주주의 상당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대출금을 출자 전환한 결과이지 단순 투자자가 아니다”라면서 “회사채 투자자는 당시에 산은과 수은이 투입한 신규 자금으로 원리금을 상환받는 혜택을 누렸기 때문에 이번에 모든 이해관계자가 부실을 분담하는 채무조정에서 감자를 요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이번에 손해를 감수하고 채무조정에 동의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유리한 내용을 넣어달라고 요구하지만 산은과 수은은 과거 자신들이 회사채 투자자를 대신해 손실을 본만큼 이번에는 손실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출자 전환 가격 산정 등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산은과 수은은 사실상 대주주이고 회사채 투자자는 재무적 투자자일 뿐”이라면서 “대주주의 감자나 뚜렷한 기업 개선 방안이 없는데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으로 채권을 바꾸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세원·조양준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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