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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다시 국가개조다]245조 달하는 정책자금...허술한 지원구조에 '먼저 먹는 게 임자'

<6>눈먼 돈 없애자

과다 지원·회사 운영경비 유용 등으로 혈세 줄줄

186조 정책금융 지원도 기본 틀 수십년째 그대로

재원 효율적 배분 왜곡...좀비기업들 생명만 연장





2005년 중소기업청 국감자료 때의 자료다. 2003년 이후 1년여간 211개 업체가 중소기업 자금을 4회 이상 중복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규모는 무려 5,055억4,700만원에 달했다. 정부는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면서 겨우 사태를 무마했다. 상황은 나아졌을까. 대구지검 특수부는 2015년에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가운데 111억원가량을 빼돌려 회사 운영 경비 등으로 사용한 19명을 적발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공사비와 자본금을 부풀려 정책융자금 31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채고 회삿돈 16억7,000만여원을 빼돌린 회사 대표가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게 정부의 정책자금 유용인 셈이다.

이처럼 눈먼 돈, 새는 돈에 국가재정이 병들고 있다. 국가보조금(59조원)과 연구개발(R&D) 예산(20조원) 등은 이미 ‘먼저 먹는 놈이 임자, 못 먹은 놈은 바보’로 업계에는 알려져 있다. 심지어 기업과 금융을 살리기 위해 투입됐던 수십조의 공적자금(정책자금)도 때에 따라서는 눈먼 돈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국가 경제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국민들에게서 거둔 혈세로 충당되는 탓이다.

정치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는 현실에서 정부 재정의 누수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이 한정된 상태에서 자원 배분이 왜곡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정책금융도 개중 하나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 대한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소기의 성과도 물론 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책금융이라는 산소 호흡기에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 넘쳐나지만 정치 논리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186조7,0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8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정책금융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164조1,000억원에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 다시 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물론 정책금융 전체가 눈먼 돈은 아니다. 정부는 정책금융의 목표를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며 시장을 육성하는 데 두고 있다. 실제 정책금융이 주요 기간산업을 키우고 수출 및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고도 성장기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기업 구조조정에 긴급자금을 수혈하는 등 시장 안전판 역할도 해냈다.



하지만 관 주도의 정책금융은 정책 금융기관 간의 기능 중복과 민간의 영역을 침해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정책금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원의 효율적 배분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1970~1980년대나 지금이나 자금 공급 방식의 기본 틀은 바뀌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여전히 눈먼 돈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지적이다. 정책금융은 주로 정부가 출연한 기금 등이 보증을 하고 은행권을 통해 공급한다. 정부가 보증하는 만큼 대출금리가 일반 은행권 대출보다 낮다. 하지만 서류 중심으로 이뤄지는 허술한 대출구조, 중복 지원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게다가 대기업에 비해 약자인 중소기업은 경쟁력이 없어도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정치 논리는 수십 년째 중기 정책금융의 쏠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정부가 중소기업의 금융권 대출에 보증해준 규모는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4.06%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56조원 규모다. 이는 그리스(9.24%), 일본(5.6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이탈리아(0.80), 프랑스(0.37), 미국(0.14), 덴마크(0.01) 등은 1% 이하에 불과했다. 정부 보증 의존도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정책효과는 기대만큼 나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15년 현재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좀비 기업 수는 전체 기업의 15%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얘기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김준경 KDI 원장은 “정부의 정책금융 과잉지원이 신규 기업의 진입과 부실기업의 퇴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가 재정을 갉아먹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해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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