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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 기자의 'All that 럭셔리']전세계 옴므 파탈을 일깨운 게이 디자이너 '톰 브라운'

남성복에 여성적인 매력을 더한 '젠더리스룩'의 표상





톰 브라운(왼쪽)과 그의 남친 앤드류 볼튼


톰 브라운 마니아인 빅뱅의 지드래곤




톰 브라운 시그니처 룩


얼마 전 뉴욕에서 열린 2017 FW 패션쇼


칼 라커펠트, 마크 제이콥스, 알렉산더 맥퀸, 알렉산더 왕, 도미니코 돌체, 스테파노 가바나…. ‘여자가 보지 못하는 여자의 아름다움’과 ‘남자가 보지 못하는 여자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디자이너들이다. 일명 게이 디자이너. 남성의 강인함과 여성의 섬세함을 무장했으니 대중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적중하고 이들의 감성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이들의 대열에 합류한 디자이너 중 요즘 전세계 젊은 층이 열광하는 스타로 톰 브라운을 빼놓을 수 없다. 톰 브라운의 연인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앤드류 볼튼이다. 패션 거장과 문화 거장이 만나 만들어진 감성은 톰 브라운이 현재 가장 높은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에너지요 근원이다. 연인에게 수혈받은 사상과 감수성은 위트있고 발랄하며 고상함을 잃지 않으면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승화된 셈이다.

젠더리스 시대에 초식남들은 톰 브라운의 배꼽이 드러나는 디자인 베어 미드리프, 스커트에 매료되고 프랑스 국기를 연상하는 삼색 선, 격조 떨어져 보이는 발목이 다 드러난 슬랙스, 엉덩이를 채 덮지 못하는 만들다 만 것 같은 재킷, 슬림한 몸매가 드러나 근육맨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트에 광적으로 매료돼 있다. 예술의 중심지이자 부촌인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함께 살고 있는 연인인 볼튼 역시 톰 브라운 옷의 똑 떨어지는 곡선을 사랑한다. 그는 “그림이나 조각은 사람들이 충분히 이를 알고 있다고 느끼지 않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의견을 내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패션과 의류에 대한 아름다움은 이와 달리 적극적”이라며 톰 브라운이 현재 패션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데 호응했다.



톰 브라운의 시그니처는 알다시피 프랑스 국기다. 모든 제품 한쪽에 삼선컬러를 넣어 누가봐도 톰 브라운임을 알 수 있게 했는데 패션계에 입문한지 단 5년 만에, 그것도 판매점원으로 시작한 디자이너가 얼마나 자신감이 넘쳤으면 옷 마다 ‘나 톰 브라운이야’를 새겨 넣었을까. 그는 미국인들이 유럽의 제품을 명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래서 명품 패션의 시조 프랑스를 연상시키도록 프랑스 국기와 동일한 삼색 컬러를 사용해 소비자의 인식에 고가의 이미지를 주입한 톰 브라운의 심볼을 만들어 내는 천재적인 감각을 발휘한다.

톰 브라운은 또 거추장스럽고 고전적인 기존 수트를 비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따분한 수트와 달리 몸에는 딱 붙고 길이는 단신인 자신에게 딱 맞게 발목이 다 드러나도록 경박스러운 수트를 선보이며 수트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발목이 드러나는 9부, 10부 길이의 슬랙스 팬츠, 롤업된 팬츠의 밑단, 짧은 재킷 등, 소매 없는 블레이저, 벨트 달린 코트 등이다. 재킷은 엉덩이를 다 가리는 경우가 없고 소매도 짧다. 풍부한 상상력과 위트도 담아냈다. 고리타분함은 집어 던지되 아이러니하게도 클래식하고 간결한 명품의 고상함은 또 갖췄다. 명품을 추구하다 보니 핸드 메이드 위주의 고가 판매를 고집하다 회사가 문을 닫을 뻔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일본회사의 투자로 수명을 연장했고 이를 계기로 톰 브라운의 패션쇼와 옷에는 일본색이 짙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톰 브라운은 2001년 남성 수트를 론칭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최근 몇 년 빅뱅의 지드래곤을 비롯한 연예인 뿐 아니라 요즘 옷 좀 입는다는 글로벌 남자 패피들이 톰 브라운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톰 브라운은 “수트란 몸을 가리는 역할을 해선 안되고 몸의 라인을 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동안 강인함만 어필해 오던 남성들에게 ‘라인’이라니. 톰 브라운의 옷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 ‘섹시한’ 남성의 라인을 살려 낸 패션으로 ‘옴므 파탈’을 일깨웠다.

톰 브라운이 ‘베타’ 남성이 아니라 ‘알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남성성을 과시하는 근육남들이 판치는 시대에도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을까. 바야흐로 남성복에 여성적인 매력을 더한 젠더리스 룩의 물결이 거세다. 기존의 성 역할이 모호해지고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핑크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이제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핫핑크 컬러를 비즈니스 캐주얼룩에 적용하고 메종 마르지엘라는 핑크 색상 수트도 선보였다. 드리스 반 노튼은 이번 시즌 다양한 종류의 속이 다 비치는 시스루 의상으로 초식남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남성의 연약함을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 남자의 역할이 모호해진 시대”라고 인정했다. 리본이나 러플 등이 달린 의상을 입고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남성들도 늘고있다.톰 브라운은 이미 15년 전 숨겨왔던 남성의 섬세함을 제일 먼저 방출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이제 옷으로도 지켜주고 싶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베타 남성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인기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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