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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험산업, 혁신이 답이다]28개국에 보험 판매 150명이면 OK…'인슈테크'의 힘

< 5·끝 > 빨리 변해야 시장 선점 기회

獨 심플슈어런스, 인터넷몰 활용 영업 모델

알리안츠 이어 라쿠덴으로부터 투자 유치

美선 운행시간 비례 車보험…日 AI직원 고용

글로벌보험사, ICT 기술 입혀 고비용 해결





일본 라쿠텐은 지난 16일 독일 인슈테크 기업 심플슈어런스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심플슈어런스는 인터넷몰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른 후 결제하기 직전 구매한 상품에 필요한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식으로 영업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TV를 고르면 TV용 제품보증연장보험을 제안하는 식이다. 인터넷상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직원 수도 많지 않다. 유럽권 28개국의 2,000여 인터넷몰에서 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직원 수는 150명에 불과하다. 또 판매하는 상품의 위험은 기성 대형 보험사에 모두 넘기기 때문에 요구 자본 부담에서도 자유롭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 등에 따르면 심플슈어런스에 대한 라쿠텐의 투자 규모는 양사의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심플슈어런스는 지난해 독일계 글로벌 보험사인 알리안츠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일본 라쿠텐까지 투자 파트너로 끌어들임으로써 보험과 정보통신기술(ICT),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주목을 받게 됐다. 로빈 폰 하인 심플슈어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2년 회사를 처음 설립했을 당시에는 아무도 인슈테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인슈테크가 꿈틀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인 CEO의 말대로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을 뜻하는 핀테크(Fintech)라는 단어는 세상에 등장한 지 벌써 10년이 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권에 대한 세간의 불신이 극도로 커지자 금융권은 모바일 등 ICT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음으로써 위기를 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ICT업계 역시 금융권의 위기를 기회로 여겼다. 이에 핀테크는 가파른 성장을 시작했고 송금, 간편결제, 자금 모집, 대출 중개, 자산관리 등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다만 보험과 관련해서는 기껏해야 온라인 가입이 간편화된 정도였다. 보험업의 경우 시장 진입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할 뿐 아니라 장기 상품 취급이 많아 빠르게 움직이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접근하기에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수백 년간 지속해온 대면 영업에 익숙한 보험사들 역시 변화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글로벌 상위권 보험 시장이 모두 저성장의 늪에 빠진 가운데 저금리가 장기화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추가 성장은커녕 오히려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현재는 세계적으로 많은 보험사가 보험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거나 직접 인슈테크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2년만 해도 인슈테크 관련 투자 건수는 28건, 투자액은 1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122건, 26억7,0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투자 규모는 16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투자 건수는 173건으로 늘었다.

심플슈어런스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인슈테크 기업들을 보면 보험업계의 오랜 고정 관념을 깬 상품과 영업 방식으로 고질적인 고비용 문제에 접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4년 설립된 미국 인슈테크 기업 쿠바는 기존 자동차보험이 거의 일괄적으로 가입 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가입자들이 가입 기간을 ‘잘게 쪼개’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면 친구의 자동차를 1시간 동안 빌려서 탈 때 운행하는 1시간 만큼만 보험을 살 수 있게 했다. 물론 가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미국 인슈테크 기업인 레모네이드는 보험에 P2P 개념을 도입했다.

중국의 중안보험도 인슈테크와 관련해 주목을 받는다. 2013년 설립된 중안보험이 취급하는 상품은 여행자·항공지연·자동차구매사기·드론·카드사기보험 등 318종에 달한다. 설립 후 현재까지 판매한 보험은 50억건, 이를 직원 1인당 연평균 보험 체결 건수로 환산하면 89만건에 달한다. 요율 산출, 인수 심사와 보험금 지급 심사를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바탕으로 자동화한데다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이렉트로 판매를 하는 덕분이다. 이 밖에 일본에서는 지난해 말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보험금 청구 담당 직원들을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한 후코쿠생명이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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