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때부터 그리기 시작해 조선 시대 산수화가들이 가장 사랑한 ‘소상팔경도’를 단지 중국 후난성 소수와 상강의 풍경 정도로 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절경의 아름다움을 넘어선 이상향의 표현이었다. 사계절의 변화까지 담은 소상팔경은 봄기운 완연한 산촌 풍경을 그린 ‘산시청람’을 시작으로 산속 사찰에서 들리는 저녁 종소리를 그린 ‘원사만종’, 어촌의 노을 풍경을 그린 ‘어촌석양’과 고기잡이 배가 포구로 돌아오는 ‘원포귀범’으로 이어진다. 소수와 상강에 내리는 밤비를 뜻하는 ‘소상야우’와 동정호에 비친 가을 달을 그린 ‘동정추월’, 강가 모래밭에 앉은 기러기의 ‘평사낙안’과 눈 내린 해질녘 풍경을 그린 ‘강천모설’로 한 해가 끝난다. 재일동포가 고국에 기증해 국립진주박물관이 소장한 ‘소상팔경도’는 지난 2015년 보물 제1864호로 지정됐다. 그림의 주제가 한쪽으로 치우쳐 극적이면서 풍경이 근경·중경·원경으로 나뉘어진 3단 구도, 널찍하게 표현된 공간감, 짧은 선이나 점을 여러 번 찍어 질감을 표현한 ‘단선점준’ 등 조선 초기 한국화의 양식적 특성이 두루 드러난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꿈꾸듯 그린 조선 선비의 정신도 읽을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