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과 선수급환급보증(RG) 등 1조2,000억원의 지원을 사실상 확정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5개 시중은행은 실무자회의를 열어 출자전환과 RG 지원 등에 의견을 모았다. 시중은행과 당국이 이견을 보인 곳은 RG였으나 당국과 시중은행이 모두 한발 물러서는 방식으로 전격 합의에 이르렀다. 당초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2조원 규모의 추가 RG를 요구했으나 시중은행은 부담을 표하며 2015년 지원안을 고수했다. 다만 시중은행도 금액을 줄인 대신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보다 먼저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2015년 지원안은 대우조선의 수주목표인 50억달러에서 국책은행이 RG의 90%를 분담하고 이를 소진한 후 시중은행이 나머지 10%를 부담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우조선의 실제 수주액이 목표치의 15%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시중은행은 분담액은 있지만 실제로 집행되지 않는 구조였다. 시중은행은 당국이 요구한 2조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국책은행에 앞서 RG를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RG 분담 기준은 당국에서 요구한 2015년 6월29일 안을 그대로 따르기도 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채무 재조정안을 두고 실무진의 의견이 대체로 모여 2차 실무진회의를 추가로 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각 은행 실무자들이 돌아가 내부 결재까지 마치게 되면 시중은행과의 합의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번 합의로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에 갖고 있는 총 7,000억원 규모의 무담보채권 중 80%는 출자전환하고 20%는 5년 유예, 5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상환조건을 조정하게 된다. 대출금리도 1%로 제한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RG 분담 규모를 두고 이견은 있었지만 당국의 당초 안 규모를 양보하고 시중은행은 지원시기를 양보해 절충점을 찾았다”면서 “2015년 안은 시중은행의 부담이 적지만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은 낮은 안이었지만 이번에는 시중은행이 먼저 RG를 도맡아 집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산은은 오는 4월17일과 18일로 예정된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한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 집회에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여부가 달렸다고 보고 사채권자 설득에 주력할 방침이다. 산은은 사채권자 채무 조정에 실패할 경우 워크아웃과 회생절차의 결합 프로그램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을 시행할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 채권의 주요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 모두 중요한 위치인 만큼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보리·김흥록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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