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 대기업인 CJ제일제당(097950), 신세계푸드(031440)가 가정간편식(HMR)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시장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의 가세로 과거 편의성·휴대성에 집중되던 HMR 메뉴가 부대찌개, 국밥, 추어탕 등 식당 한 끼와 다를 바 없는 제품들로 다양해 지고 있다. 기존 업체들도 투자와 혁신에 나서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양상이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올반 가정간편식’ 판로를 경쟁사인 현대홈쇼핑을 비롯해 11번가, G마켓, 옥션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신세계푸드는 그동안 이마트, 트레이더스, 위드미, SSG닷컴 등 신세계 그룹 내 유통채널에서만 올반 가정간편식을 판매해 왔다. 앞으로는 경쟁사 채널도 가리지 않고 HMR 제품을 파는 셈이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추어탕을 비롯해 육개장·곰탕·소고기해장국·김치찌개·된장찌개 등 6종의 HMR 제품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60여 종으로 늘리기도 했다.
CJ제일제당도 최근 불고기덮밥·부대찌개국밥을 출시하며 햇반 컵반 제품 라인업을 15개로 늘리며 HMR 사업에 가속도를 붙였다. CJ제일제당이 처음 컵반 제품을 출시한 게 2015년 4월, 신세계푸드가 첫 HMR 제품을 내놓은 게 지난해 9월인 점을 감안하면 광속 행보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과 신세계푸드가 올해부터 HMR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관련 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사 채널로만 승부를 하는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 피코크를 제외하면 오뚜기, 아워홈 정도가 HMR 시장의 대형 플레이어로 인식돼 왔으나 CJ제일제당과 신세계푸드가 맹공에 나서면서 업계 순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지난해 6월 첫 제품을 출시했는데도 국·탕·찌개류 부문에서 단숨에 연간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아예 31.2% 점유율로 오뚜기와 아워홈을 가볍게 제치고 1위로 발돋움했다.
기존 경쟁업체들도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HMR 제품을 다양화하고 품질 향상에 주력하는 등 2라운드 경쟁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분위기다.
롯데푸드는 올 1월 경기 평택에 HMR 전용공장을 준공하고 지난달에는 강레오 셰프를 모델로 선정하는 등 지난 2010년 출시한 가정간편식 브랜드 ‘쉐푸드’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새 단장했다. 대상과 아워홈도 지난해 12월과 이달 20일 중국의 ‘사천식 고추잡채’와 일본의 ‘닭다리 연근조림’, 멕시코 음식인 ‘비프퀘사디아’ 등을 선봬며 HMR의 지평을 세계요리로까지 넓히고 있다. 오뚜기 역시 신 제품 출시로 경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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