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라떼’로 주세요”
경기 불황이 지속 되는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스트레스가 ‘만렙(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의 레벨 수치가 한계점에 이른 것)’에 이르면서 커피 소비형태가 변하고 있다. 그간 커피 시장은 주로 신선한 원두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아메리카노·콜드브루’ 등이 견인해왔지만 올해는 유독 달달한 라떼가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커피 업계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달달한 커피 한잔으로 한 템포 쉬어가는 ‘찰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기존에 원두의 풍미만을 따지던 아메리카노 애호가들 마져 순간의 달콤함으로 기분전환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커피 업체들도 다양한 라떼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선 지난해 국내 커피 시장에 ‘콜드브루’ 바람을 일으킨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출시 1주년을 맞아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마카다미아 라떼’를 최근 선보이며 올해는 라떼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콜드브루 카페라떼가 우유와 커피 추출 원액만으로 담백한 카페라떼를 구현했다면 신제품은 견과류의 황제로 불리는 마카다미아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풍미에 코코넛으로 달콤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매일유업(005990)도 예외는 아니다. ‘바리스타’는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빈 라떼’로 색다른 라떼 커피 시장을 만들고 있다. 플라넬 천을 활용한 핸드드립 추출 방식으로 커피의 맛과 향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데다 가장 품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마다가스카르의 버번 바닐라빈을 사용해 바닐라 자체의 달콤한 향과 부드러움을 잘 살렸다는 평이다.
스타벅스커피가 지난 2월 출시한 ‘슈크림 라떼’는 달콤한 라떼 열풍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이 제품은 출시 22일 만에 100만 잔 판매를 돌파, 역대 최단 기간 가장 많이 판매된 프로모션 음료로 등극했다.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스타벅스는 봄 프로모션 기간인 3월 20일까지만 판매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해 4월 중순까지 연장했다.
파스쿠찌는 콜드브루 원액에다 우유를 넣어 더 부드러운 ‘콜드브루 라떼’를 선보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카시아꿀로 달콤함을 더하고 커피 젤리를 올려 먹는 재미가 있는 ‘콜드브루 허니 젤리라떼’도 선보였다.
고디바 역시 최근 프리미엄 다크 초콜릿 파우더와 신선한 원두, 부드러운 우유의 조합을 느낄 수 있는 ‘카페 모카’, 달콤한 카라멜과 입안에 씹히는 초코 크런키가 어우러진 ‘카라멜 라떼’, 진한 프리미엄 화이트 초콜릿 파우더와 제주 유기 녹차 파우더로 풍미를 더한 ‘그린티 화이트 초콜릿 라떼’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나섰다.
남양유업 역시 ‘루카스나인 라떼’를 선보인데 이어 추가로 ‘루카스나인 라떼 바닐라’를 내놓아 달달 라떼 시장에 합류했다.
그간 커피 시장은 아메리카노가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달한 라떼가 바통을 이어 받고 있다.이는 불황이나 스트레스 환경에서 사탕과 초콜릿과 같은 제품의 매출이 늘고 있는 것과 맥을 함께 한다.
실제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면 인체는 이 호르몬 수치를 낮추기 위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당분을 원하게 된다. 당분은 실제로 스트레스로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충동감정을 누그러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야쿠르트 관계자는 “스트레스 해소나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위해 달달한 힐링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느는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 당에 대한 우려도 있는 만큼 꼼꼼하게 당 함량을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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