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교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소셜네트워크는 지난해 8월 인기캐릭터 ‘뽀로로’를 활용한 증강현실(AR) 유아교육앱 ‘뽀로로고’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 사내 벤처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나이앤틱랩스’가 개발한 ‘포켓몬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자, 스타트업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고 AR 콘텐츠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미 흥행에 성공한 포켓몬고와 달리 뽀로로고는 여전히 개발이 진행 중이다. 같은 시기 가상현실(VR)·AR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다른 국내 기업들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미래창조과학부와 손잡고 소셜네트워크처럼 VR·AR 기반 기술을 가지고도 흥행 콘텐츠 개발에 애를 먹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세계시장 진출 지원에 나선다.
페이스북은 4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에서 미래부 산하 글로벌혁신센터(KIC)·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콘텐츠 연구개발(R&D)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페이스북과 KIC·IITP는 이날 협약을 통해 우수한 VR·AR 기술을 가진 국내 스타트업에게 페이스북 본사가 위치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페이스북의 VR 자회사 ‘오큘러스’ 기술진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유명 VR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해 구글과 함께 세계 VR·AR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미래부가 공모를 통해 유망 VR·AR 업체 10곳을 선정하면 페이스북이 이들을 미국 실리콘밸리의 본사로 초청해 약 10주 동안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지도한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현지에 8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했다. 현재 페이스북의 기준에 맞는 기업들에 대한 공모가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은 교육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오는 7월 실리콘밸리에서 데모데이를 개최해 기술교육의 성과를 평가하고, 우수한 결과를 보인 기업을 협력파트너로 뽑아 투자 유치나 서비스 납품의 기회를 줄 예정이다.
이번 협약은 페이스북이 VR·AR과 관련해 외국 정부와 맺은 첫 협력사례다. 이번 협력으로 페이스북은 제2의 오큘러스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국내 중소기업들은 기술 지원과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알렉스 스타모스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CSO)는 “한국은 미래의 IT 기술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장”이라며 “오큘러스의 실무 비법이 한국 VR·AR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재유 미래부 2차관도 “이번 프로젝트가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이 국외로 활발히 진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의 세계적 성공을 위해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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