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이렇다. 넥센 구단은 지금까지 사용해온 선수·팀 응원가를 팬들의 의견수렴 없이 전면 교체했다. 넥센은 28개의 곡을 개사한 응원가를 사용해 왔지만, 최근 관련법 개정으로 원곡 개사에 대한 음원 사용료 지급이 의무화되자 음원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 70년 이상 된 원곡을 개사해 응원가로 새로 보급한 것이다.
원곡 개사에 따른 음원 사용료 지급액은 연간 3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그동안 사용해온 선수 응원가나 팀 응원가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 팬클럽 관계자는 “경기 때마다 불러온 응원곡을 팬들의 의견수렴 없이 하루아침에 바꿔버렸다”며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팬클럽별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넥센은 28개의 원곡을 개사해 응원가로 사용해 왔는데, 곡당 연간 1,000만원 정도의 음원 사용료를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3억원도 안 되는 구단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팬들의 애환과 재치가 묻어있는 개사된 응원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일방적으로 금지한 것은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넥센은 음원 사용료를 줄이기 위해 음원 로열티 기간이 끝난 옛날 가요나 민요, 성가 등을 개사해 새 응원가로 보급,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넥센 팬인 김현남(49)씨는 “비용과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아예 음원 로열티 기간이 끝난 민요나, 가요, 성가 등을 개사해 응원가로 다시 부르도록 했다는 것에 대해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일부 팬들은 넥센 경기에 대해 무관중 운동을 벌이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시즌권을 보유한 팬들 사이에서는 환불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반발은 넥센 구단 홈페이지나 인터넷 팬클럽 카페 등을 통해 더 확산하고 있다.
라이벌 LG와 같은 음원을 사용하는 응원가 ‘승리를 위한 함성’도 이번에 구단 측에 의해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 팬들은 “개사곡도 대부분 민요나 성가를 개사한 것이어서 들으면 들을수록 짜증이 난다”며 “팬들을 이렇게 무시한 구단을 향해 무관중 운동, 시즌권 환불 운동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시즌권을 보유한 팬클럽들은 5일 긴급모임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팬클럽의 반발 수위에 따라 이번 응원가 논란은 넥센의 올 시즌 흥행과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핵심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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