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앞두고 스포트라이트는 주로 두 감독이 차지했다. 조제 모리뉴와 주제프 과르디올라.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거나 건너오기 전까지 감독으로 수집한 트로피만 각각 22개, 21개인 명장들이다. 시즌 초반까지도 모리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는 기대대로 순항했다. 지난해 9월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는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두 팀 다 3전 전승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맨유는 라이벌전 패배를 시작으로 유로파리그에 이어 정규리그 왓퍼드전마저 내줘 3연패로 삐걱대기 시작했다. 맨시티는 맨유전 승리를 발판으로 이후로도 4경기에서 연승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에서 셀틱(스코틀랜드)과 3대3으로 비긴 데 이어 정규리그에서 토트넘에 0대2로 지면서 조금씩 꼬여갔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현재 맨체스터 연고의 두 팀이 우승경쟁을 벌일 것이라던 전망은 아주 우습게 돼버렸다. 맨시티는 17승7무6패(승점 58)로 4위, 한 경기를 덜 치른 맨유는 14승12무3패(승점 54)로 6위다. 선두 첼시와는 각각 14점, 18점 차이. 맨시티는 다음 시즌 챔스 출전의 마지노선인 리그 4위를 장담할 수 없고, 맨유는 눈앞의 4위 도약이 버겁기만 하다.
이 두 팀은 특히 챔스 티켓이 절실하다. 지난 2008년 맨시티를 인수한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는 리그 우승을 두 차례 경험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전임 사령탑 마누엘 페예그리니와 계약기간 1년이 남은 시점에 시즌 뒤의 감독교체 계획을 미리 발표했던 만수르다. 페예그리니는 3년간 리그 1회, 리그컵 2회 우승을 달성했지만 만수르의 유럽정복 계획에는 모자란 성적표였다. 그런데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올해 챔스 16강에서 AS모나코에 덜미를 잡혔다. 1차전에서 5골(5대3)을 넣고도 탈락했다. 지난 시즌 팀을 4강에 올린 페예그리니를 보내고 새로 모셔온 감독이 16강에서 떨어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구단 맨유도 두 시즌 연속 챔스에 초대받지 못한다면 타격이 클 것이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친 맨유는 모리뉴가 최소한 챔스 티켓이라도 따내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티켓을 다투는 리버풀·맨시티·아스널과 비교해 나은 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남은 9경기 중 첼시·맨시티·아스널·토트넘 등 까다로운 상대가 줄을 서 있다. 중간에 낀 유로파리그 일정도 부담이다.
모리뉴의 맨유는 지난해 10월24일 첼시에 0대4로 대패한 후로 리그 20경기 무패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결코 자랑이 아니다. 절반인 10경기가 무승부인 답답한 무패행진이다. 특히 올 시즌 16경기 6승의 초라한 홈 승률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이 생생한 맨유 팬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기록이다. 맨유의 전체득점은 43골.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의 득점 합계인 51골에도 한참 모자란다.
모리뉴도 과르디올라처럼 전임 감독(루이스 판할)보다 나은 게 없다는 조롱을 받고 있다. 역대 최고 이적료인 9,000만파운드를 기꺼이 써가며 폴 포그바를 데려오는 등 구단의 지원은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만 놓고 보면 모리뉴의 인재영입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포그바만 봐도 수비력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술논란도 빠지지 않는다. 모리뉴는 약팀에 4-2-3-1, 강팀에는 4-3-3 포메이션을 주로 내미는데 이런 단순한 시프트 탓에 번뜩이는 플레이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이적 무산 뒤 입지가 더 애매해진 웨인 루니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각에서는 스무 살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를 간판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짝으로 활용하는 4-4-2 대형을 더 자주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래시포드의 출전시간 확보는 잉글랜드 대표팀도 원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모리뉴는 유망주를 적극 기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현재 맨유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지점이기도 하다. 인터뷰에서 특정선수를 콕 찍어 비판하며 분발을 요구하는 스타일도 잘 먹히지 않고 있다.
맨유가 챔스 티켓을 따내는 방법은 하나 더 있다. 8강에 올라 있는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모리뉴도 유로파리그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력을 보면 큰 기대는 실리지 않는다.
맨시티는 6일 첼시에 1대2로 졌다. 맨시티가 이겼다면 첼시와 토트넘의 우승경쟁이 더 볼만해졌겠지만 맨시티 수비진은 에덴 아자르에게 농락당하다시피 했다. 측면 수비불안은 시즌 내내 이어지는 맨시티의 고질병이다. 이적시장에서 측면수비 보강에 소홀했고 시즌 들어서는 숱한 실험에도 대책을 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과르디올라를 따라다닌다. 리그 6패는 과르디올라의 감독 생활에 있어서 한 시즌 최다 패배 기록이다.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독일)만 지도해본 과르디올라로서는 혹독한 프리미어리그 적응기인 셈이다.
과르디올라와 모리뉴는 나란히 3년 계약에 사인했다. 많은 팬들이 기대한 우승경쟁은 물 건너간 상황. 그러나 다음 시즌의 희망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사수하려는 그들만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세 시즌은 맨시티가 더 높은 순위에 올랐다. 오는 28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의 더비가 올 시즌을 정리할 승부처가 될 것이다.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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