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눈빛’을 쏘아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기세가 6일 세 번째 소환 조사에서 한풀 꺾였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이번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장모 등 일가를 일괄 기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10시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각종 비위를 알면서도 방조·묵인하고 민정수석 직위를 이용해 정권 눈 밖에 난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찍어내기’한 혐의다. 세월호 사건 관련 수사를 축소하기 위해 검찰에 외압을 가한 의혹도 있다.
이번 소환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수본 1기, 올해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 첫 검찰 출석 당시 기자들을 노려보고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해 지탄받았던 우 전 수석은 이번에는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대통령님 관련해서 참으로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혐의를 묻는 질문에는 “모든 것은 검찰에서 성실히 답할 것”이라고만 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밤늦게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이르면 이번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내용뿐 아니라 검찰 특수본 2기에서 찾은 자체적인 범죄 혐의도 있어 수사팀 내부에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현직 검사 여러 명을 소환하는 등 총 50여명의 관련자들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 밖에 가족회사 ‘정강’의 경영비리 의혹 등 개인비리 혐의를 묶어 우 전 수석 일가를 일괄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이모씨와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재산관리인인 이모 삼남개발 전무 등이 대상이다. 검찰은 정강의 회사 자금 횡령과 부동산 차명 보유에 따른 세금 포탈 등 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김장자씨의 강남역 인근 부동산 매각 관련 의혹과 아들 의경 복무 특혜 의혹 등은 혐의를 발견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오전11시부터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두 번째 방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4일 첫 조사와 마찬가지로 특수본 소속 한웅재 부장검사가 조사를 맡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조사와 마찬가지로 검찰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부장검사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조사를 담당했던 이원석 부장검사도 앞으로 조사에 투입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구속기간 동안 4~5회가량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한 뒤 다음주 후반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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