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아 여의도의 벚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벚꽃과 함께 프로야구도 팬들 곁으로 찾아왔다. 전년도 우승팀 두산베어스를 비롯해 10개팀이 각각 144경기, 총 720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이다.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전년도 꼴찌팀 KT위즈와 시즌 초반에 늘 고전하던 LG트윈스가 개막 3연전을 쓸어 담으면서 흥미로운 순위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수준급 타자들은 볼넷이나 희생타를 제외하고 한 시즌 동안 500번 정도 타석에 들어서게 된다. 타석당 평균 약 4개에 해당하는 공을 보게 되므로 2,000개 정도의 공을 보면서 안타를 노리게 된다. 3할의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라 하더라도 2,000개의 공 중에서 겨우 150번만 안타를 만들어 내므로 공 하나가 안타가 될 확률은 7.5%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여 3할 타율을 만들어내고 한 시즌에 150개의 안타를 만들어 낸다. 타자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경기를 준비하고 타석에서는 공 하나하나에 집중함으로써 안타를 한 개라도 더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런 노력으로 가능성을 1%라도 높이게 되면 한 시즌 안타 수가 20개나 증가하는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안타 맞을 가능성이 7.5%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1%라도 낮추기 위해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는다. 심지어 이를 악물고 던지기 위해 마우스피스를 끼기도 하며 손톱이 부러지거나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가능성이 낮더라도 안타가 누적되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지고, 단 한 번의 실투가 경기의 승패를 바꿔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라는 수치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 보이지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1%의 차이가 주전과 후보라는 신분을 결정할 수도 있고 한 경기나 한 시즌을 좌우할 수도 있다. 1%의 소중함을 아는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열정과 의지, 그리고 겸손함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욕심과 자만으로 인해 방심하거나 무모하게 큰 거 한방만 노리다가 허망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작은 것의 소중함은 스포츠 외의 투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작은 것에 연연하다가 큰 것을 못한다느니,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느니 하면서 1%를 향한 노력을 폄훼하기도 한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을 만드는 것이며, 나무를 잘 본 다음에 그 나무로 이뤄진 숲을 봐야 숲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과정에서의 작은 차이가 결과에 있어서 큰 차이를 만든다. 기관투자가의 경우 리스크를 1%만 더 고려해 실사를 해볼 경우 대규모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개인도 마찬가지다. 공시 내용을 한 번만 들여다봐도 투자 결정을 좌우할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 공시조차 보지 않는 투자가 태반이다. 1% 노력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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