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총 5,177대로 처음으로 연 5,000대시대를 열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75.8%나 급증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자동차의 ‘쏘울EV’나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Z.E.’ 등 차종이 다양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EV’를 출시한데 이어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브랜드 테슬라까지 진출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한국GM 쉐보레의 ‘볼트EV’ 출시가 전기차 시장 확대의 본격적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시작된 사전계약에서 볼트EV는 초도 물량 600여대가 2시간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볼트EV는 기존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주행거리의 한계를 한 단계 뛰어넘는 차로 평가받는다. 1회 충전으로 최대 383㎞를 갈 수 있다. 국내 업체의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주행 습관이나 회생 제동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400㎞ 이상도 달릴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 충전 없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구 전기차’가 등장한 셈이다.
볼트EV는 LG전자가 공급하는 288개의 리튬 이온 배터리 셀을 3개씩 묶은 96개의 그룹을 10개의 모듈로 구성해 차량 바닥에 깔았다. 이를 통해 열 관리가 잘돼 효율이 좋고 배터리 수명도 극대화했다. 바닥에 배터리가 있어 구조적으로 차량 주행 시 안정적이고 실내 공간도 넓은 편이다. 다만 배터리 용량이 크다 보니 충전시간도 자연스럽게 많이 걸린다. 완속 충전에는 9시간 45분이 걸린다. 고속충전은 1시간만에 80%까지 가능하다.
강력한 출력도 강점이다. 최고 204마력으로 아이오닉EV(120마력) 대비 84마력 더 높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7.2초 만에 도달한다. 실제로 지난 6일 일산 킨텍스 인근 45㎞ 구간에서 볼트EV를 타보니 시속 60~70㎞에서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린 지 3~4초 만에 시속 130㎞를 넘어서기도 했다.
눈에 띄는 점은 볼트EV의 회생제동시스템이다. 전기차는 고속으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남는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볼트EV는 이 기능을 극대화했다. 핸들 왼쪽 뒤에 있는 리젠(REGEN) 버튼을 누르면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감속되며 배터리를 충전한다. 원 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은 변속기를 ‘L’에 두고 가속 페달을 밟는 깊이에 따라 제동과 가속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실내 구성도 아이오닉EV와 비교하면 고급스럽다. 아이오닉EV가 기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큰 차이가 없지만 볼트EV는 전기차에 특화된 디자인을 적용했다. 8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10.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상시 연동되고 가속이나 감속에 따른 현재 차량 상황을 화면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화면은 클래식·고급·모던 3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대형 컬러 터치스크린은 쉐보레 마이링크와 애플 카플레이 등과 연동된다. 마이 쉐보레 앱을 활용하면 배터리 충전상태 및 타이어 공기압 등 차량의 주요 기능을 확인하고 도어 잠금 및 해제, 에어컨 및 히터 작동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차량 주차 위치 파악 서비스도 제공된다.
미쉐린의 셀프 실링 타이어가 기본 장착돼 펑크가 나더라도 자동으로 메워진다. 특히 한국GM이 주도한 볼트EV의 외관 디자인은 미래에서 온 차라는 느낌을 준다. 차체가 메르세데스벤츠의 ‘B클래스’나 기아차 ‘카렌스’처럼 좌우 보다는 위아래로 높은 편이라 뒷좌석에 앉아도 머리 공간이 충분하고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 다만 고속 주행 때 차체 구조로 인해 좌우로 많이 흔들리고 서스펜션 기능 등 안정감은 아이오닉EV 보다 못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볼트EV의 물량만 잘 확보한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