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사창리 1092번지에 들어서면 시골풍경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나타난 고급스러운 4층 건물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외관은 원목무늬를 지닌 노출콘크리트로 구성돼 있고 3층과 4층 옥상엔 멋진 정원이 펼쳐져 있다. 얼핏 미술관으로 오해하기 쉬운 이 곳은 국내 레이저가공기 1위 업체인 에이치케이의 제2공장. 2015년 3월에 완공된 이 건물은 그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중소기업인 에이치케이가 ‘미술관 같은 공장’을 지은 배경에는 우수 인력 유치와 해외 수출 확대라는 두 가지 포석이 숨어 있다.
7일 화성시 본사에서 만난 계명재(60) 에이치케이 대표는 “신공장 안에 해외 바이어들을 위한 장비운영 교육장, 프로그램 교육실 등을 설치해 글로벌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만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 보고 해외 매출 비중을 올해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치케이는 철,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등의 금속 평판을 고출력 레이저로 절단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과 자동차 부품업체, 해외에 수출한다. 뉴욕시립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계 대표는 서른 세 살이던 1990년에 레이저가공기의 성장성을 높이 보고 창업에 나섰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전까지는 국내에서 일부 대기업과 중소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재는 제품 성능이 탁월한 우리 회사만 살아남았다”며 “27년간 한 우물만 팠더니 길이 보인다”고 웃으며 말했다.
에이치케이의 레이저가공기는 1초에 1m의 속도로 금속을 자른다. 단순 절단에서 원형 및 사각절단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그는 “이전까지는 두께 20㎜의 금속제품을 절단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25㎜ 두께의 금속도 손쉽게 가공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며 “고객사가 계속 늘어나면서 올해 매출은 지난해 보다 20% 이상 늘어 74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중국, 터키 등에 수출하고 있는 에이치케이는 유럽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2년 전 사명을 ‘한광’에서 ‘에이치케이’로 바꾸고 독일지사를 설립한 것도 유럽 등 글로벌 전략을 위해서였다”며 “에이치케이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기업과 비교해 95% 수준이고 일본과 비교해서는 비슷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훨씬 우수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해 현재 150여명의 직원을 둔 에이치케이는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복리후생에도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사내에 실내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는 물론 고급 카페테리아를 운영 중이다. 옥상에 하늘공원을 설치해 야외공연과 파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풋살경기장도 설치했다. 그는 “70여명 정도인 엔지니어들의 숙련도를 키우기 위해 우수 인력에는 인센티브를 비롯해 해외 연수 기회도 적극적으로 제공해 준다”며 “지속적인 기술개발만이 회사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성=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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