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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날개 달고 대표 수출기업 '우뚝'…최태원 '슬로 데스론' 통했다

[SK그룹, 하이닉스 인수 5년 '나비효과']

"화학 중심서 사업 재편"…주변 반대에도 뚝심있게 M&A

ICT계열사 수출액 127배↑…SK, 국내 수출액 11% 차지

AI 사업단 출범· IoT 서비스 등 4차산업혁명 대비도 가속





SK(003600)그룹이 SK하이닉스(000660)를 인수한 후 5년 만에 국내 대표 수출 기업으로 변모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안팎의 부정적 인식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강조하며 신성장동력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사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키워낸 결과로 풀이된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을 비롯해 SK하이닉스·SK플래닛 등 그룹 내 ICT 관련 계열사의 지난해 수출액은 17조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SK에너지 등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의 수출도 30조2,000억원을 거둬 SK그룹 전체 수출액은 524억달러(약 60조원)에 달했다. 국내 전체 수출액(562조원)의 약 11% 수준이다.

수출 기업으로서의 SK그룹의 변화는 기존 에너지·화학 사업의 글로벌화와 함께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집중적으로 육성한 ICT 관련 사업의 동반 성장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ICT 계열사 매출은 37조4,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 편입 이전인 2011년(17조6,0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수출액도 같은 기간 무려 127배 급증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5년 동안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ICT 계열사 전체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에너지·화학 중심의 수출동력에 ICT가 추가돼 훨씬 안정적이고 견고한 수출그룹으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ICT 사업 급성장세는 그룹 안팎의 반대에도 SK하이닉스 인수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던 최 회장의 혜안과 결단 덕분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최 회장은 2004년 에너지·화학 중심의 비즈니스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천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Change or Slow death)’는 것이 최 회장의 신념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주변의 반대에도 하이닉스를 전격 인수했다. 인수 뒤에도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매출액 대비 8% 수준인 8,340억원을 연구개발비에 사용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액 대비 12% 수준인 2조967억원까지 늘렸다. 올해는 사상 최대인 7조원을 투자한다. 그 덕분에 2012년 인수 직후 24%대였던 D램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26~27%까지 확대됐고 낸드 플래시 부문도 9.9%에서 지난해 11.8%까지 올라왔다.



최 회장은 최근 들어 ICT를 중심으로 그룹의 혁신을 더욱 채찍질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고사(枯死·Slow death)’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이제는 ‘급사(Sudden death)’할 것이라며 최 회장의 위기의식이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SK그룹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그룹의 ICT 계열사 간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사업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이달 초 최고경영자(CEO) 직속에 AI사업단을 출범시켰으며 SK㈜ C&C는 IBM 왓슨 기반의 AI ‘에이브릴’을 앞세워 의료 분야에 진출한 데 이어 사물인터넷(IoT)부터 클라우드·빅데이터 등 핵심기술 기반을 갖추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대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아울러 ‘에너지·화학’ ‘ICT’와 함께 바이오 산업 역시 최 회장의 주도 속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그룹 내 바이오·제약 사업을 이끄는 SK바이오팜은 연말 미국에서 뇌전증과 수면장애 치료제 분야의 신약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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