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수집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매년 봄 요맘때 ‘인사동 터줏대감’ 노화랑의 전시일정을 눈여겨 살핀다. 인기화가의 원화작품을 200만원 균일가 정찰제로 판매하는 ‘작은 그림·큰 마음’전이 언제 시작하나 궁금해서다. 샐러리맨이나 주부, 학생들도 마음먹고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입소문을 탄 까닭이다. 전시를 공식적으로 개막하기도 전에 미리 알고 찾아와 예약하는 일이 잦아, 정작 개막 후 방문하면 “이미 팔렸습니다” 소리에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항상 솔드아웃(매진)되는 전시이며 실제 이를 통해 컬렉터로 입문한 사례가 많다.
노화랑의 ‘작은 그림·큰마음’ 전시가 오는 12일 개막해 20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화사한 색감으로 화목한 가족을 그리는 김덕기, 극사실적인 화풍으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사과를 그리는 윤병락, 반려견과 인간을 주인공으로 심플한 그림을 선보이는 박형진, 얼음 속에 갇힌 과일을 통해 삶의 유한함과 아름다움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박성민을 비롯해 김상원·서승원·이석주·장이규·한만영 등 총 11명의 중진화가들이 참여해 각 10점씩 작품을 내놓았다. 모두 200만원이지만 겹겹이 물감층을 쌓아올리는 반복적 수행적 작업과정으로 포스트 단색화 작가로 꼽히는 김태호의 3호크기 작품과 한지작가 전광영의 8호짜리 작품만 예외적으로 400만원에 책정됐다. 상승한 작품가를 고려한 결정이다.
작가들의 성장세는 반길 일이지만 오르는 작품값은 결국 전통있는 기획전의 막을 내리게 했다. 이 200만원 소품 기획전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그간 화랑과 작가의 의리로 이 전시를 이어온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작가들의 작품값이 오른 만큼 아무리 작다해도 점당 200만원에 그려달라고 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지난 1999년 ‘9인의 미니아트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인 소품전으로 2006년부터 ‘작은 그림 큰 마음’이라는 이름과 함께 꾸준히 열렸다. 작고한 윤형근·송수남· 이두식을 비롯해 이왈종·이수동·황주리·주태석·지석철 등 화단의 인기작가가 이 전시와 함께 성장했다. 인지도 높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라 소품 자체가 희소한 데다 가격 또한 합리적이어서 최대 반값 수준에서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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